위안부 ‘제대로 쓴’ 日역사 교과서, 내년 점유율 1위

입력 2021-12-19 08:28 수정 2021-12-19 11:26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의 내년 고교 역사 수업에서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비교적 제대로 설명한 교과서의 사용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본 정치권과 정부가 일제의 전쟁범죄를 축소·은폐하려는 것과 별개로 교육 현장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집계한 일본 고등학교 2022학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교과서 수요를 분석한 결과, 내년에 신설되는 ‘역사총합’(總合·종합) 과목에서는 야마카와(山川)출판사가 만든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가 점유율 21.2%로 선두를 차지했다.

야마카와의 ‘현대의 역사총합 보다·해독하다·생각하다’가 점유율 13.9%로 3위였고, 같은 출판사의 ‘우리들의 역사, 일본으로부터 세계로’는 6.6%로 6위였다. 역사총합 과목에서 야마카와의 3가지 교과서가 합계 점유율 41.7%를 기록한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과 교사 등 약 33만명은 내년 역사 수업에서 야마카와 교과서를 사용하게 됐다.

이들 교재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이나 노무 동원 등 일제의 가해 행위를 비교적 명확하게 기술한 편으로 평가받는다. 예컨대 ‘역사총합 근대로부터 현대로’는 “각지의 전장(戰場)에는 위안소가 설치돼 일본이나 조선, 대만, 점령지의 여성이 위안부로 모집됐다. 강제되거나 속아서 연행된 예도 있다”고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일부 언급했다.

우익성향 교과서인 메이세이샤(明成社)의 ‘우리들의 역사총합’은 점유율이 0.5%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교과서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을 심판한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 “제국은 현재의 시국을 타개하고 자존자위를 완수하기 위해 단호하게 일어선다”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1884∼1948) 전 일본 총리의 연설을 아무런 비판 없이 실었다. 도조 히데키는 도쿄재판에 따라 교수형 당한 A급 전범이다.

우익단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구성원이 쓴 지유샤(自由社)의 중학교 사회(역사적 분야) 교과서도 일선 학교에서 외면당했다. 이곳은 2020년에 검정에서 탈락한 뒤 재도전해 올해 3월 합격했다. 내년도 이 과목의 전체 교과서 수요는 약 112만부인데, 지유샤 교과서 수요는 435부(점유율 0.0%)에 그쳤다.

우익 사관을 옹호하는 이쿠호샤(育鵬社)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점유율도 금년도 1.1%에서 내년도 1.0%로 소폭 하락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