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 “원희룡, 면책특권 있는 줄…꼭 현역으로 뵙길”

입력 2021-12-19 07:12 수정 2021-12-19 10:55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현역으로 착각한 제 실수에 대해 사과드린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8일 원희룡 국민의힘 정책총괄본부장(전 제주지사)에게 이같이 사과했다. 원 본부장은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면책특권’이 없는데도, 이를 이용해 무분별한 의혹을 제기한다고 비판했다가 말을 거둬들인 것이다.

고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원희룡님. 워낙 정치적 영향력이 큰 데다 저에겐 유명 정치인으로 각인돼 있다보니 착각했다”며 “다음에는 꼭 현역으로 만나뵙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의 ‘면책특권’ 발언 해프닝은 지난 16일 원 본부장의 대장동 관련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롯됐다. 당시 원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검찰 압수수색 직전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비서였던 백종선씨와 통화했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당시 창문 밖으로 던진 휴대전화를 가져간 건 이 후보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비서실 부실장과 백씨의 지인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 공동상황실장인 고 의원은 지난 17일 YTN에 출연해 “왜 원희룡 의원이 저렇게 국회에서 말씀을 하셨는가 궁금하다”며 “보통 국회에서 (발언을) 할 경우에는 사법적 판단을 받지 않기 때문에 혹시 그런 건 아닌가”라고 말했다. 원 본부장을 현역 국회의원으로 지칭하면서 면책특권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었다.

면책특권은 현역 국회의원이 국회 내에서 한 직무상 발언 등에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권한을 말한다. 원 본부장은 고 의원 언급과 달리 현역 국회의원이 아니라 이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 국회사진기자단

원 본부장은 18일 “저는 면책특권 대상자도 아니지만 비겁하게 숨을 생각도 없다”며 “대장동 게이트 추가의혹은 모두 증거와 증언, 논리적 추론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제게 있지도 않은 특권을 운운하는 것은 어떻게든 대장동 게이트를 방어해야 하겠다는 비뚤어진 충정”이라며 “아무튼 고 의원님, 추악한 게이트에 물타기하느라 고생 많으시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선대위 공보단도 고 의원을 비판했다. 선대위는 “고 의원이 원 본부장에 대한 엉뚱한 의혹을 제기했다”며 “이는 면책특권에 대한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데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제주 출신인 원 본부장은 서울 양천갑에서 3선 의원을 지낸 후 지난 2014년부터 제주도지사에 두 번 연속 당선됐고, 이번에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면서 제주지사직에서 물러났다.

고 의원은 문재인정부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다. 그는 지난 21대 총선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 초선으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