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실용주의’ 강조하다가…아들 논란에 발목 잡힌 이재명

입력 2021-12-18 13:59 수정 2021-12-18 14:5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가족 리스크’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중도층을 겨냥한 정책과 메시지를 연일 쏟아내며 기세를 끌어올리던 이 후보는 예상치 못한 아들의 불법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곤혹스러운 모양새다.

‘유연성’과 ‘실용주의’를 강조하던 상황에서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도덕성’과 연관된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아들 논란이 터지자 4시간 만에 발 빠르게 사과하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이력 논란에 대한 대응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려 안간힘을 썼다.

그는 16일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라며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사과했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국민 여러분께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깊이 사죄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 후보의 아들도 “저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상처 입고 실망하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아내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사과 입장을 밝히지 않자 이와 대비되는 자세를 취한 셈이다.

이재명 더불어 민주당 대선후보가 1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회대전환 위원회 출범식후 아들의 도박의혹과 관련 사과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가 입은 타격은 적지 않다. 이 후보가 아들의 불법도박 논란에 사과한 직후 곧바로 아들의 성매매 의혹까지 불거지며 이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도덕성 문제와 연결되는 문제가 터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후보도 아들의 불법 도박 보도 전 선대위로부터 해당 사실을 보고 받고 크게 낙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가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과 청년과 소통하며 강조한 이미지가 유연성과 부드러운 이미지 아니냐”며 “아들 논란이 찬물을 끼얹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중도층 확장에 있어서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이 후보는 중도층을 겨냥한 메시지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내왔다.

이 후보는 지난 11일 “모든 정치인은 공과 과가 존재한다. 전두환도 공과가 공존한다”며 “전체적으로 보면 전두환이 삼저 호황을 잘 활용해서 경제가 망가지지 않도록 경제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건 성과인 게 맞다”고 평가했다.

이 후보가 기본소득과 국토보유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등 핵심 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선 것도 중도층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최근 문재인정부의 기조와 반대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 카드를 꺼낸 것도 마찬가지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후보의 정책적 실용주의를 보여주던 와중에 악재가 터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내주 여론조사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아들 논란이 불거지기 전 각종 여론 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12월 셋째주 정례 여론조사에 따르면,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게 가장 좋겠느냐’고 물은 결과 이 후보는 36%, 윤 후보는 35%를 기록했다. 특히 중도층에서 이 후보는 37%, 윤 후보는 27%로 나타났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선대위 관계자는 “다음주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