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할 수 없으면 누워서 즐겨라”…인도 의원 역대급 망언

입력 2021-12-18 13:58
"Lie down and enjoy rape(누워서 성폭행을 즐겨라)"는 논란의 발언을 하는 인도의 라메시 쿠마르 하원의원과 폭소하는 의장과 현장 의원들. NDTV 방송화면 캡처

인도의 한 지방 중견 의원이 의회에서 “피하기 어려운 성폭행은 즐기라”는 망언을 해 뭇매를 맞고 있다.

17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인도 언론에 따르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의원이자 주의회 의장 출신인 KR 라메시 쿠마르 하원의원은 전날인 지난 16일 주도 벵갈루루의 주의회에서 “성폭행 피해가 불가피할 때는 누워서 즐기라는 말이 있다”는 발언을 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농업 관련 주제를 두고 의원들 사이 논쟁이 이어졌다. 주의회 의장이 의원들을 통제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하자 쿠마르는 이 상황을 성폭행에 빗대 말했다. 그의 발언에 의장을 비롯한 대부분의 현장 의원들은 폭소했다.

모든 상황은 중계 화면을 통해 공개되고 있었고, 이를 본 누리꾼들과 여성 의원들은 쿠마르에 발언에 공분을 표했다.

인도국민회의 소속 여성 의원 루파칼라는 “성폭력을 당한 여성은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린다”며 이를 다른 상황에 비유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의회 대변인 란디프 수르예왈라는 “카르나타카 주의회 의장과 하원의원이 매우 불쾌한 농담을 주고받은 것을 비판한다”며 “그러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누리꾼들 역시 트위터 등의 SNS를 통해 분노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쿠마르를 향해 “당신의 어머니, 누이, 딸에게 꼭 똑같이 조언하라”며 격분했고, 다른 이는 “쿠마르는 물론 그 말에 웃은 사람들도 모두 범죄자”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쿠마르는 트위터에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오늘 의회에서 ‘성폭행’과 관련해 경솔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내 의도는 악랄한 범죄를 경시하려는 것은 아니었다”며 “앞으로는 단어를 신중하게 고르겠다”고 덧붙였다.

쿠마르는 이날 의회에서도 “여성들을 모욕한 의도는 아니었다”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 특히 여성들에게 내 발언이 상처가 됐다면 사과한다”고 거듭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쿠마르가 성폭력이란 단어를 부적절하게 사용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그는 지난 2019년에도 자신에 대해 부패 혐의에 대해 대응하면서 스스로를 성폭행 피해 생존자에 비유한 바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