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강성 스피커’들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가 연일 정책과 메시지를 통해 중도층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강성 스피커들의 연이은 발언으로 이러한 노력이 퇴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내부에서는 “공세가 과하면 이 후보의 장점이 가려지고, 오히려 야권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여권 내에서는 김씨에 대한 공세가 쏟아지고 있다.
선대위 온라인소통단장인 김남국 의원은 17일 MBC 라디오를 통해 “김건희씨의 의혹을 덮기 위해 이 후보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측의 ‘민주당의 김건희씨 의혹 공세 기획설’과 관련해 “여당이 기획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그야말로 남탓하는 그런 태도를 보인 것이고, 오히려 저희가 제보받은 게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국민의힘의 ‘김씨 공세 기획설’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해명 차원의 설명이지만, 이 후보가 전날 아들 논란에 직접 사과를 한 것을 고려하면 ‘부적절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후보 사과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며 “국민의힘이 김 의원을 고발하면서 일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선대위 상임고문을 맡고 있는 추미애 전 장관도 언론 보도를 근거로 김씨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추 전 장관은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주목할 점은 김건희씨가 게임산업협회 기획이사로 재직했다고 하는 2002년부터 2005년 무렵에 바로 양00 검사, 벤처사업가 제이슨과 함께 친밀하게 어울렸다는 것”이라며 “사적인 교제와 맺음, 사생활을 뛰어넘어 돈과 로비가 오간 의심이 가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추 전 장관은 김씨 사진을 올리며 “쥴리 찾기는 얼굴 찾기가 아니다”라며 확인되지 않은 김씨의 유흥업소 출입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한 바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기자를 협박했다는 취지의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15일 TBS 라디오에서 “(김건희씨와) YTN 통화 내용 중 이런 내용이 있다고 들었다. 기자가 검증하니까 ‘아니, 그러면 왜 나만 이렇게 괴롭히느냐’고 하면서 ‘억울하다. 당신도 기자도 털면 안 나올 줄 아느냐’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국민의힘은 곧바로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격에 나섰다.
선대위 대변인인 김은혜 의원은 YTN 라디오 유튜브 영상을 공유하며 “해당 영상을 보면, 진행자가 김의겸 의원이 주장한 ‘YTN이나 기자가 털면 나오는게 없는 줄 아나 이런 이야기는 없었나’라고 묻자, 김씨와 통화한 기자가 ‘그 부분은 좀 사실과는 다른 것 같다’고 답한다”며 “김의겸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을 방송을 통해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선대위 내부에서는 여권의 김씨에 대한 공세가 연일 야권과의 공방으로 이어져 이 후보의 장점이 가려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의원은 “양상을 보면 의혹을 제기하거나 공세 이후 야권의 반박이 이어지는 모양새”라며 “자칫하면 후보의 정책적 능력 등의 장점이 가려지고, 대선이 네거티브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