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의 ‘가족 리스크’에 대선판이 휘청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아들 동호씨의 도박·성매매 의혹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의 경력 위조 논란에 휘말렸다.
비록 20대 성인이라지만 장남의 불법도박 사실은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 ‘이재명은 한다’며 불의에 맞섰던 이 후보의 유능하고 정의로운 이미지에 흠집을 냈다. 검찰총장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며 ‘시대의 공정’을 외쳤던 윤 후보도 다르지 않다. 결혼 전이라고는 하나 부인 김씨의 경력 위조를 관행이었다고 감싸는 모습에 대중은 크게 실망했다.
두 후보 모두 악화하는 여론에 뒤늦게 사과 메시지를 내고 고개를 숙이며 수습에 돌입했다. 하지만 가족 앞에선 그들이 내세웠던 기준과 잣대가 무뎌지는 모습에 ‘내로남불’이란 비판 여론까지 불거지며 사과의 진정성마저 심판대에 오르는 양상이다.
장남 불법도박 앞에서 무색해진 이재명의 ‘유능’
“이재명은 합니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오면서 쌓아온 이미지인 ‘추진력’을 간명하게 보여주는 슬로건이다. 특히 이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 ‘특별사법경찰단’(특사경)을 동원해 불법에 단호한 대응을 보여주면서 도민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지난 7월 집합금지 명령을 어기고 불법 영업 중이던 한 유흥주점을 이 지사가 직접 단속했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그가 특사경과 함께 불법업소를 급습한 영상은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서 그는 단속팀과 함께 안양시 한 유흥주점에 있던 직원 2명, 외국인 여성 접객원 2명, 손님 3명 등 총 7명을 적발했다. 당시 이 지사는 “방역수칙 따위는 나 몰라라 하는 소수의 유흥업소 때문에 전체 방역이 무너지고 어두운 터널의 끝이 멀어지고 있다”며 “이를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불법 성매매 업소 퇴출을 공언해왔다. 그는 지난 2018년 6월 경기도지사 당선 후 인수위 첫 회의에서 “퇴폐 안마시술소 이런 것도 성남에는 없다.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통신사하고 협약을 맺어서 거기(퇴폐 안마시술소) 전화 오면 다 끊어지게 우리가 요청하면 피해보상은 우리가 책임진다. 경기도 전역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이후 약 10개월 뒤인 2019년 경기도는 이동통신 3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성매매 알선과 고금리 대부 불법 광고 전단에 적힌 전화번호 사용을 원천 차단했다.
이 후보는 지난 7월 대선 출마 선언에서 “누군가의 미래가 궁금하면 그의 과거를 보아야 한다.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 동안 강력한 추진력으로 저항을 이겨내며 성과로 증명했다”며 “여성들이 안전에 불안을 느끼고 차별과 경력단절 때문에 고심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렇듯 불법을 찾아내고 대응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어 보였던 이 후보였지만 정작 문제는 집안에서 불거졌다. 장남 동호씨가 한 온라인 포커 커뮤니티에 불법 도박 경험을 담은 글과 마사지 업소 후기 성매매를 암시하는 듯한 글을 쓴 것이 사실로 확인되면서다.
성인이 된 자녀의 삶을 부모가 다 책임질 순 없는 노릇이지만 이 후보가 대선을 준비하던 도지사 재임 시절 아들이 쓴 글의 시기나 내용 등은 심각해 보인다. 이는 친인척, 특히 아들의 비리 때문에 임기 말이 불행해졌던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자신과 주변 관리에 투철하다고 해 왔던 이 후보의 장담에 의문을 품게 한다. 이 후보는 인터뷰에서 “시장과 지사를 하는 12년 동안 어항에 사는 금붕어처럼 감시당해 왔다”며 “엄격하게 나 자신을 관리할 수 있어서 지금은 오히려 그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실제로 장남 관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날인 15일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아들 관련 의혹을 가짜뉴스라고 일축하며 자신 있어 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이재명 후보, 자제분 이야기 이거 뭐죠? 음주 운전, 성추행? 우리 아들이?”라며 누리꾼의 댓글을 읽고는 “우리 아들이 이런 것 안 하는데, 하도 가짜가 많아서. 걱정하지 마세요. 가짜뉴스 오래 못 갑니다”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6일 불법도박이 사실로 드러나자 빠른 사과를 내놨다. 그는 “아들이 일정 기간 유혹에 빠졌던 모양이다. 부모로서 자식을 가르침에 부족함이 있었다”며 “제 아들의 못난 행동에 대해 실망하셨을 분들께 아비로서 아들과 함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다만 연이어 불거진 아들의 성매매 의혹에 대해선 17일 “나도 알 수 없는 일이긴 한데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부인했다.
그럼에도 이 후보 장남이 쓴 것으로 추정되는 각종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의혹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누리꾼들은 이 후보와 민주당의 해명에 “술집에 가서 술을 안 마셨다고 한다”는 등의 말로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조국 사태’부터 ‘공정’ 외쳤던 윤석열…배우자 의혹엔 “관행”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6월 29일 출마 선언에서 “국민께서 그동안 제가 공정과 법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다 보셨다”며 앞세웠던 가치다. 그는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고 했다.
윤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에서 ‘공정’만 9번 언급했다. 시대의 화두를 ‘공정’으로 내세운 건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조국 사태’에 정면으로 맞섰던 경험과도 이어진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표창장 위조·입시비리 의혹을 수사하면서 현 정권과의 사이가 틀어졌다. 윤 후보는 ‘조국 사태’를 ‘정권을 위한 고름 짜기’로 여겼지만, 여권에선 이를 ‘검찰 쿠데타’로 인식했다. 이후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끝에 지난 3월 4일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격 사의를 밝혔다.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딸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징역형을 살고 있다.
지난 14일 부인 김씨의 허위 경력 논란이 일자 윤 후보 스스로 외친 ‘공정과 상식’이 심판대에 올랐다. 김씨가 지난 2007년 수원여대 교수로 초빙되기 전 제출한 지원서가 공개되면서 경력과 수상내역 등을 허위로 기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시작으로 김씨가 2001년 한림성심대학교 강사 임용을 위해 제출한 이력서에 기재된 미술공모전 수상 이력 또한 허위라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윤 후보는 논란이 일자 처음에는 ‘부인 감싸기’로 일관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그는 김씨 논란에 관한 첫 대응으로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다음 날에는 “현실을 잘 보고 관행이라든가, 이런 것에 비춰서 어떤 건지 물어보고 하시라”라며 “무슨 채용 비리라고 하는데 그냥 공채가 아니다. 겸임교수나 시간강사다. 자료를 보고 뽑는 게 아니다. 현실을 좀 보시라”라고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역풍을 불렀다. 전국교수노동조합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원들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윤 후보가 부인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 제기에 대해 해명하며 주장한 발언들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윤 후보는 같은 날 배우자 김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관해 “국민이 기대하는 눈높이와 수준에 미흡한 점에 대해 저나 제 처는 늘 죄송한 마음”라고 말하면서도 김씨의 허위 경력 의혹에 대해선 인정하기보다 검증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공세 중 과도한 정치 공세엔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부분을 소상히 설명해 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윤 후보가 ‘공정’을 말하려면 조 전 장관 일가에게 적용했던 엄격한 기준과 대처를 부인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결국 윤 후보는 논란이 사흘째 이어지고서야 다른 사족을 달지 않은 사과를 내놨다. 그는 17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후원금 모금 캠페인 행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제 아내와 관련된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경력 기재가 정확하지 않고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자체만으로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누리꾼들은 윤 후보의 사과에도 “공정과 상식을 더는 이야기하지 말라” “말로만 사과하지 말라고 김씨를 법적 조치 하라” “조국만큼 수사를 받아라” 라는 등 여전히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씨의 경우 대통령 당선 시 영부인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좀 더 분명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