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안 찍었다고요?…황당한 결혼식 사고‘들’

입력 2021-12-18 00:03 수정 2021-12-18 00:03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결혼식 당일 신부가 예약한 드레스가 아닌 다른 드레스가 식장에 도착한 황당한 사연이 공개됐다. 업체는 신부가 예약한 드레스가 매장에 없다며 다른 드레스를 보내주겠다고 했다. 신부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드레스를 입고 식을 마쳤다. 신부는 드레스 때문에 망친 기분을 쉽사리 풀 수 없었고 결혼식 진행 내내 마음을 집중할 수 없었다.

해당 사연을 두고 누리꾼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업체가 배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선 의견이 일치했지만, 배상 비율과 관련해선 이견을 보였다. 일부는 업체가 결혼식 비용 전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드레스 대여 비용만 배상하면 된다고 했다. 과연 이 사연의 주인공은 얼마를 배상받는 것이 적당할까?

‘결혼식 비용’ 전부 배상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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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면 결혼식 비용을 전부 배상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공정거래위원회 법령에 명시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결혼준비대행업의 경우 사업자 귀책으로 계약해제·해지가 발생했을 때 서비스 개시 이전에는 계약금 환급 및 총 대행 요금의 10%를 배상해야 한다. 서비스 개시 이후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손해배상은 사업자와 소비자 간 체결한 계약서 및 서비스의 품질 등 여러 가지 조건을 고려해 결정되는 금액이다. 따라서 개별 사례마다 배상 금액은 천차만별이다.

신부에게 결혼식 드레스는 평생 한 번 입는 가장 화려한 드레스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단순히 값으로만 평가하기 어려운 특별한 존재다. 하지만 실제 손해 배상 과정에서는 무형의 의미보다 드레스의 대여 비용이 배상 금액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된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17일 “이 경우 신부가 원래 예약했던 드레스 대여 비용과 결혼식 당일 도착한 드레스 대여 비용 간 차액은 당연히 배상받을 수 있다”면서 “차액과 더불어 예약된 드레스와 다른 드레스를 입어서 발생한 정신적 스트레스 등은 부가적으로 위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예식 비용 전부를 배상받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혼식날 영상 촬영 안 한 업체도…판례 보니

결혼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혹은 결혼식 당일 신랑‧신부가 겪는 예측 불가한 상황은 꽤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식업체가 계약과 달리 예식 진행 내내 비디오 촬영을 하지 않은 경우, 더운 여름에 진행된 예식에 냉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하객들 90%가 도중에 나가버린 경우, 신부와 함께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등 예식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던 웨딩플래너가 갑작스럽게 퇴사하는 경우 등 황당한 사연은 수도 없이 많다. 이렇게 예식서비스와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다양한 피해 및 분쟁 조정 사례 등을 소개한다.

A씨는 2012년 9월 예식업체와 ‘컨벤션 예식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서에 따라 A씨는 예식 원판 사진과 비디오, 메이크업, 드레스 피팅, 부케 등 일괄 비용으로 110만원을 지불했다. 하지만 A씨는 11월 18일 진행된 예식이 모두 마무리된 뒤에야 비디오가 누락된 사실을 알고 업체에 항의했다. 하지만 업체는 예식 2주 전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비디오 촬영이 계약 내용에서 빠졌다는 것을 이미 통지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 조정위원회는 업체가 계약 변경 내용을 A씨에게 통지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또 결혼식 장면의 녹화가 이뤄지지 않아 A씨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며 비디오 촬영 대금 및 위자료로 22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법원에도 이와 비슷한 판례가 존재한다. 대구지방법원은 1987년 11월 12일 예식업체에 고용된 사진사의 과실로 결혼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건과 관련해 업체가 신랑‧신부에게 재산 및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사진 대금 및 위자료 204만원 배상을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990년 2월 7일 결혼식 장면의 녹화를 의뢰받은 사진사의 50분 길이 영상 중 대부분이 화면 중앙에 줄이 가 있고 선명하지 않다며 업체가 신랑‧신부에게 100만원을 배상할 것을 판결했다.

계절적인 상황 때문에 생긴 웃지 못할 일도 있다.

B씨는 2011년 1월 2일 한 웨딩 컨벤션업체와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해 7월로 예정된 예식 행사 때 냉방에 특별히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예식 당일 식이 진행되는 도중 갑자기 에어컨이 꺼졌고 더위를 참지 못한 하객 500여명이 밖으로 나갔다. 당시 업체는 하객 중 한 사람이 춥다고 해서 냉방을 끄고 송풍으로 돌린 것이며 실내가 시원하지 않다고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원 조정위원회는 예식 당일 연회장이 지나치게 더워 신랑과 신부가 수차례 냉방을 요구했는데도 개선되지 않았고, 에어컨 재가동을 위해 40분의 예열 시간이 필요함에도 신원 미상의 하객 한 사람의 얘기로 냉방을 중지해 예식 내내 냉방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봤다. 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총 예식 비용의 10%인 288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결혼식 관련 소비자원 상담…매달 400건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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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한 황당한 사연은 비단 남의 일만이 아니다. 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예식서비스를 이용하다가 문제를 겪은 소비자의 상담 건수는 2018년 2145건, 2019년 2040건이다. 2020년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1만1156건으로 확 늘었다. 올해의 경우 11월까지 3718건으로 평균 매달 400여건에 달했다. 예식서비스와 관련된 문제로 예식업체와 갈등을 겪는 이들이 이만큼 많다는 뜻이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결혼식을 취소 및 연기한 소비자들의 위약금 상담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계약서비스 취소는 양 당사자 모두에게 귀책 사유가 없이 해제된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추가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하게 하는 것은 부당약관에 해당한다.

소비자가 소비자원에 민원을 제기한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구제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소비자가 피해구제 과정을 거쳐 사업체에 배상을 요구한다. 이 단계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위원회 분쟁 조정 단계로 넘어간다. 조정관들은 사실조사, 시험검사, 전문위원회 자문 등을 진행하고 객관적 계약서 및 서류들을 검토한다. 이후 상임위원을 포함해 3~11명의 위원이 조정회의에서 사건을 심의‧의결한다. 다만, 소비자와 사업자가 위원회의 조정 결정에도 화해하지 못하면 민사 소송으로 넘어가게 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조정 결정이 강제는 아니기 때문에 양측이 동의하지 못하거나 한쪽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사로 가야 한다”면서 “소비자원에 소송지원제도가 있어 취약 계층의 경우에는 변호사 선임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이 외에 일반 업체나 소비자는 민사로 갔을 때 부담해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아 조정을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