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사막의 ‘패션 무덤’…모래 뒤덮은 헌옷들 [포착]

입력 2021-12-19 07:32 수정 2021-12-19 07:32
아타카마 사막에 의류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다. Sky news 동영상 캡처.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인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 버려진 옷들로 뒤덮이고 있다.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다고 널리 알려진 이곳이 이제는 ‘옷 무덤’을 볼 수 있는 곳이 된 것이다.

각종 옷들이 쌓여있다. AFP 영상 캡처.

AFP와 알자지라 등 외신이 최근 보도한 영상과 사진을 보면 칠레 북부의 사막 모래 위로 형형색색의 티셔츠와 청바지 등이 엉켜 만들어진 ‘옷 언덕’이 보인다.

사막을 가득 채운 옷들은 전 세계 각국에서 온 헌 옷이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옷을 생산·유통하는 ‘패스트 패션’이 만연해지며 늘어난 의류 폐기물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형형색색의 옷들이 사막에 버려져있다. AFP 통신 캡처.

칠레는 라틴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판매되는 중고 의류의 중심지 역할을 수행해 왔다. 중국·방글라데시 등에서 생산돼 유럽·아시아·미국 등으로 팔려갔다 다시 나온 중고 의류들과 미처 팔리지 못한 의류들이 모두 칠레로 오는 것이다.

칠레 이키케 항구의 전경. AFP 동영상 캡처.

실제 매년 약 5만9000t에 달하는 의류가 칠레 북부의 알토 호스피시오 자유지대에 있는 이키케 항구에 도착한다. 이 중 일부는 산티아고의 의류 상인들이 구매해 가고, 일부는 라틴아메리카 국가로 보내진다. 하지만 처리되지 못하고 남은 약 3만9000t의 의류는 그대로 사막에 방치되는 현실이다.

블룸버그 동영상 캡처.

2019년 발표된 유엔 세계 보고서에 따르면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7500리터의 물이 필요하고, 의류와 신발을 제조하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8%를 차지한다.

생분해되지 않고 화학물질로 이뤄진 의류를 땅에 묻을 경우 지하수 오염 등의 문제가 초래된다. 아타카마 사막처럼 옷을 매립하지 않고 쌓아둔다 하더라도 대기오염이 커질 수 있다.

의류 폐기물이 쌓이는 문제는 칠레뿐만이 아니다. 인도 등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지만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의류 생산량은 2000년에서 2014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다.
한 여성이 버려진 옷 쓰레기 더미에서 쓸만한 옷을 골라내고 있다. 알자지라 홈페이지 캡처.

상황이 악화되면서 최근 칠레에서는 아타카마 사막의 의류 폐기물을 재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버려진 옷을 이용해 단열재를 만들거나 실·공책 등으로 재탄생 시키려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빠른 속도로 쌓여가는 의류 폐기물을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