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 기성용(32)이 자신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이들과 경찰에서 6시간 가량 대질조사를 진행했다.
기성용은 17일 오후 7시26분쯤 대질 조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경찰서 현관을 나섰다. 그는 취재진에게 “최선을 다해 조사에 임했고 빨리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다”며 “결과가 나올 테니 다른 얘기를 길게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상대 측 변호인이 ‘기성용이 힘과 돈으로 2차 가해 및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에 대해서는 “그 정도의 대단한 사람으로 봐줘서 감사드린다”며 “언론을 매수한다는 게 쉬운 일이냐”고 반문했다.
기성용은 전날 아버지가 농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000만원을 구형받은 것에 대해서는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기성용과 성폭력 의혹 제기자들이 대질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월 A씨와 B씨는 전남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C선수와 D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내용상 선수가 기성용임을 유추할 수 있었다.
기성용은 결백을 주장하면서 지난 3월 의혹 제기자들을 상대로 형사 고소와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의혹 제기자 측 대리를 맡은 박지훈 변호사는 이날 대질조사 전 취재진에게 “모든 것은 진실대로 밝혀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증거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증거를 일반에 공개할 수는 없다”며 “수사기관에 각종 증거 자료를 많이 제출했고 또 추가 증거 자료도 있다”고 답했다.
박 변호사는 대질 조사 후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에 대한 얘기가 있었고 성폭행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오갔다”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