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무용론’ 최춘식에 “통계 오독”… 미생물 주장 의사는 윤리위로

입력 2021-12-17 18:11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학부모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백신접종과 백신패스를 강요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의사들이 마스크를 벗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현직 국회의원이 최근 코로나19 사망자의 백신 접종력을 근거 삼아 백신 무용론을 주장하자 방역 당국이 잘못된 통계 인용이라고 반박했다. 백신에서 살아있는 미생물을 관찰했다고 주장한 산부인과 의사는 대한의사협회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앞두게 됐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7일 백브리핑에서 “확진자 예방접종력 분포 자료를 가지고 백신 효과를 얘기할 순 없다”며 “접종률이 오름에 따라 확진자 중 접종자가 미접종자보다 많아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전 국민의 81.7%, 18세 이상 성인의 92.4%가 코로나19 백신 기본 접종을 마쳤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설명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최춘식 국민의힘 의원이 해당 통계를 근거로 백신 무용론을 주장한 뒤 나왔다. 최 의원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0월 10일부터 이달 4일까지 발생한 코로나19 사망자 1092명 중 미접종군이 543명(49.7%)으로 1회 이상 접종군(50.3%)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 자료를 토대로 “코로나 백신이 감염과 그 피해를 막는 데 효과가 없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백신을 1회만 맞은 경우 면역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아 접종 미완료자로 분류됨에도 이들과 접종 완료자들을 한데 묶어 미접종군과 대조했다.

전문가들은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은 주장이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도권 의대 교수는 “여야를 떠나 정치인의 과학적 몰이해로 인한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위기소통팀에만 200명이 근무를 한다”며 “신종 감염병 위기가 닥쳤을 때 가짜 뉴스와 소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질병관리청 유관 부서에 예산과 인력이 충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현미경으로 백신 배양액을 관찰한 결과 정체불명의 미생물을 발견했다고 주장했던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해선 대한의사협회가 공식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의협 자율정화특별위원회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왜곡된 여론을 조성할 뿐 아니라 불신을 조장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A씨의 중앙윤리위원회 제소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수현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개별 루머에 일일이 반응을 하기 조심스러운 측면도 있었다”며 “하지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의사의 직업윤리에 맞지 않고 사회적 파장도 너무 커 대응을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