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영예는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표지를 장식한 미국 나스닥 빅테크 기업가 일부가 이듬해에 주가 폭락을 겪었다. 이른바 ‘타임의 저주’. 호사가의 흥밋거리로 웃어넘기려 해도 마냥 간과할 수 없는 건 1999년부터 단 한 번의 예외가 없어서다.
타임은 지난 13일(현지시간) 2021년을 상징하는 ‘올해의 인물’로 머스크를 지목했다. 머스크는 세계 최고의 부자로 자산을 불려오는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했고,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을 일으켰으며 트위터에서 막말을 일삼는 온갖 기행을 벌여왔다. 하지만 기업가로서는 전기차, 항공우주, 반도체, 태양광 에너지, 두뇌 연구, 루프식 지하운송 인프라까지 다양한 영역의 성장을 일궜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드워드 펠센탈 타임 편집장은 머스크에 대해 “실존적 위기에 해결책을 만들었다. 가장 대담하고 파괴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올해의 인물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타임은 1927년부터 그해를 상징하는 인물을 매년 골라 표지에 얼굴을 실어왔다. 선정 기준은 오직 영향력의 크기다. 해당 인물의 선의나 악의, 혹은 긍·부정적 평가는 반영되지 않는다.
타임에서 올해의 인물로 표지를 장식하는 건 대부분 정치인이나 사회활동가다. 기업인의 선정 사례는 손에 꼽힐 만큼 적었다. 머스크에 앞서 1997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 CEO 앤디 그로브, 1999년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닷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2010년 페이스북을 설립한 메타 플랫폼스 CEO 마크 저커버그가 영예를 안았다.
그중 베이조스와 저커버그는 이듬해에 수난을 겪었다. 아마존닷컴 주가는 2000년 3월 닷컴 버블로 90%나 폭락했다. 이에 비하면 페이스북의 운은 좋았다. 낙폭이 1.98%에 불과했지만 성장 일변도였던 주가 흐름이 끊겨 애를 먹었다. 머스크의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 타이틀이 내년 테슬라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일각에서는 CEO가 유력지의 표지를 장식한 순간을 회사의 성장에서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하락 곡선의 시작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증권·금융시장 전문매체 마켓워치는 “일부 기업의 주가는 언론에서 긍정적으로 다뤄질 때 하락했고, 부정적인 뉴스에서 상승했다”며 “시장은 긍정적인 뉴스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한다. 이로 인해 성장 곡선의 평균을 찾아 내려가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