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난하고 고립됐다”…외신 ‘김정은 10년’에 부정 평가

입력 2021-12-17 16:16 수정 2021-12-17 16:24
북한의 대외선전용 화보집 '조선' 12월호는 핵무기 개발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주요 성과로 내세웠다. '조선' 12월호 캡처.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13일 후 그의 아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7세의 나이로 당시 인민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돼 최고 권좌에 올랐다. 젊은 지도자의 등장은 북한 주민들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지만 그를 향한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경제 개혁을 약속했지만 오히려 극빈층은 증가했고 각종 제재 속에 국제적 고립은 심화됐다.

주요 외신들은 17일 김 국방위원장 사망 10주기를 맞아 그의 아들인 김 국무위원장 치하 10년에 대해 대체로 부정적인 성적표를 내놨다.

영국 BBC는 “젊은 지도자의 등장으로 변화를 기대한 북한 주민이 많았으나 북한은 결과적으로 더욱 가난하고 고립된 국가가 됐다”면서 “김 위원장에겐 북한 주민에게 자유를 줄 힘이 있었지만, 2500만 북한 인민들은 자유를 얻지 못하고 과거 어느 때보다도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처지에 놓였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연설에서 “북한 주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재까지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가 전날 배포한 ‘김정은 정권 10년 관련 참고자료’에 따르면 북한 경제는 2016년까지는 대체로 작은 폭의 성장률을 나타냈으나 2017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서 지난해까지 역성장, 저성장 기조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2012~2014년 북한은 1% 초반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 2016년엔 3.9% 성장을 이뤄냈지만 이후 2017년 -3.5%, 2018년 -4.1%, 2019년 0.4%, 2020년 –4.5%로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지난 15일 공동으로 펴낸 ‘2021 아·태 지역 식량안보와 영양 개관’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양 부족 비율은 42.4%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도 “김정은 치하에서 북한이 더 강한 국방력을 갖췄지만 크게 고립됐고 중국에 더욱 의존적인 국가가 됐다”면서 “김정은의 첫 10년은 ‘핵무기 추구’로 정의된다”고 진단했다. 집권 초기엔 김 국무위원장이 북한 경제를 개혁하고 한·미와의 관계에서 변화를 추구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구조적인 변화를 이뤄내진 못했다는 평가다.

AP통신은 김 위원장이 대대적인 숙청으로 권좌를 공고히 한 뒤 핵무기 개발에 자원을 쏟아부어 2016∼2017년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잇따라 성공했지만,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심화했고 대북제재를 더욱 강화하는 결과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인권단체들은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적하는 성명을 내놨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전날 ‘김정일 사후 잔혹한 통치 10년’이라는 글에서 “김정일 사망 이후 그의 아들 김정은이 10년 동안 주민에 대한 감시와 억압의 수위를 높이고 국내와 국외 이동의 자유를 박탈했다”고 지적했다. 리나 윤 북한 전문 선임연구원은 “김정일이 유산으로 남긴 것은 1990년대 수십만 혹은 수백만명의 죽음”이라며 “김정은 역시 잔혹성과 두려움, 억압을 이용한 공포 정치로 인권 탄압과 경제난, 굶주림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