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납치됐다는 협박 전화에 금융기관에서 현금 2000만원을 찾아 나섰던 80대 노부부가 농협 직원의 직감과 신속한 조치로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피해를 면했다.
지난 15일 낮 12시쯤 북전주농협(조합장 이우광) 성덕지점에 조합원 A씨(83)가 찾아왔다. A씨는 5만원권 현금으로 2000만원을 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평소와는 다르게 불안한 눈빛과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장민선 계장은 뭔가 느낌이 이상해 “돈을 어디에 쓰실 예정이냐. 수표로 찾으면 안되겠느냐”고 물으며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답변을 회피하는 모습에 보이스피싱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다른 질문을 계속했다. 이에 평소 같으면 2∼3분이면 됐을 인출 시간이 15분 정도 뒤에야 마무리됐다.
그러나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장 계장은 다시 한번 확인 하고자 주차장으로 나가 보았다. A씨는 승용차 안에서 배우자 B씨와 같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에 장 계장이 다가가 “어디로 가세요?”라고 물었는데 “집으로 간다”고 대답했으나 차량은 반대 방향으로 향했다.
이에 보이스피싱을 직감한 직원은 배우자 B씨의 핸드폰으로 연락, 보이스피싱 사고가 근래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고 “그 큰 돈을 어디에 쓰실 것이냐”고 물었다. “자녀와 곗돈을 하려 한다”고 하는 답변에 보이스피싱을 조심하시라는 말씀을 다시 전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오후 3시쯤, B씨가 성덕지점에 찾아왔다.
“큰일 날 뻔 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B씨는 “장 계장 덕분에 피해를 막았다”며 주스 상자를 내밀었다. 그리고 정오쯤 찾아갔던 현금을 다시 입금했다.
B씨는 “장 계장의 얘기를 계속 듣고,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뒤늦게 받았다. ‘아무 일 없다’고 하더라. ‘보이스피싱이니 절대 돈을 전해주지 마라’고 했다. 그래서 돈을 지켰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침에 ‘당신 아들이 빚을 져서 내가 감금하고 있으니 현금 2000만원을 갖고 와라’는 낯선 전화를 받았다. 너무 놀라 바로 전해주려고 돈을 찾았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장 계장은 “자주 오시는 할아버지가 평소와 달리 뭔가 많이 불안해 하시는 모습이 이상해서 이 것 저 것 일부러 묻고 뒤따라가 봤다. 피해를 막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며 “요즘 수확철이어서 농촌에 현금이 있는 것을 알고 고령자들을 노린 범죄가 많을 것으로 우려되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