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첫 참여하는 만 18세…“尹·李, 유튜브서 젊은척 말고 해결책부터”

입력 2021-12-18 05:05

헌정 사상 최초로 만 18세가 20대 대선 투표에 참여하게 되면서 여야는 ‘고3’ 표심에도 호소하고 있다. 다만 국민일보가 인터뷰한 만 18세 청년 절반 이상이 “아직 뽑을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특히 인터뷰 대상 80%가 ”공약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혀 정책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 18세 유권자의 선거 참여는 2020년 총선과 올해 4월 재보궐선거에 이어 이번 대선이 세 번째다. 대선은 처음이다. 지난 총선 당시 만 18세 유권자들은 평균(66.5%)보다 높은 투표율(67.4%)을 기록했다.

여야는 최근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내세우며 '고3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8일 광주 지역선대위를 출범시키며 고3 수험생인 남진희(18)양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지난 6일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출범식에서도 고3인 김민규(18)군이 시민대표로 연설대에 올랐다.

거대 양당이 고3 청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높은 투표율을 보이는 만 18세 유권자들의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고3을 내세우는 것은 이들이 특별한 상징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내년 3월 9일 기준 만 18세 고등학생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모두 “투표는 시민의 권리”라거나 “첫 선거인 만큼 꼭 참여할 것”이라며 투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반 이상이 “아직 뽑을 사람을 정하진 못했다”고 답했다.

김모양은 “(누굴 뽑을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며 “수능이 끝난 지 얼마 안 돼서 후보들을 파악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 여야 후보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무효표를 던질 예정”이라고 밝힌 학생도 있었다.

학생 10명 중 8명이 투표를 할 때 ‘공약’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 중 마음에 드는 공약이 있냐는 질문엔 대부분이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모양은 “학생회장을 뽑을 때도 공약부터 본다”며 “10대들을 위한 공약도 좀 세워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손모군은 차기 정부에서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군은 “수험생으로서 수능이 점점 괴이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더 질 좋은 수능을 위해서라도 교육과정을 개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양당 후보가 만 18세 등 젊은 유권자층을 겨냥한 행보를 이어가는 것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남진희양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해 김모군은 “보여주기식이라고 생각한다”며 비판했다. 김군은 “높은 자리에 (고3을) 세웠지만, 임무도 적합하게 줄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김모양 역시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10대의 참여를 높이는 데 있어서 긍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선대위원장 등에 임명하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기에 부적절하지 않을까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젊은 유권자 공략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윤 후보는 청년보좌역 공개모집, ‘석열이형TV’ 등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다. 김모양은 윤 후보가 ‘석열이형’으로 친근함을 어필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아저씨, 혹은 할아버지 나이대가 형이나 오빠라고 하라고 하면 더 별로지 않냐”고 꼬집었다.

김양은 “(윤 후보의 젊은 층 공략이) 10대를 위한 건 아닌 것 같다. 기사에도 다 2030이라고만 나와 있던데 10대를 위한 것도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모양은 “청년층이나 여성에 대한 매력적인 공약없이 단순히 ‘노력하겠다’거나 ‘잘못했다’는 말뿐인 콘텐츠는 무의미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젊은층에 소구하기 위해 유튜브를 활용하고 있는 두 후보를 향해서는 “유튜브에 등장하기만 해서 젊은 척하지 말고, 재미있는 방식이 아니어도 청년층의 입장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청년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더 나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미진 인턴기자,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