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벌어지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 의료 연구기관과 기업을 무더기로 징계하고 신장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에 이어 인권 문제를 고리로 한 미국의 대 중국 압박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정부가 수십개의 중국 기업에 투자 및 수출 규제 조치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는 이날 성명을 통해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 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며 수출 제재 방침을 밝혔다. 지나 레이몬도 상무장관은 “생명공학과 의학은 생명을 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지만, 중국은 이를 종교·인종적 소수자들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며 “미국 기술이 이 같은 국가 안보에 반하는 행위에 이용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 대상에는 중국 군사과학원 군사의학연구원과 산하 11개 연구소가 포함됐다. 상무부는 이들 기관이 두뇌 조종을 포함하는 무기 개발에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그간 안면인식 및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위구르족의 추적 및 감시를 진행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재무부도 이날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를 비롯해 중국 기술 기업 8곳을 투자 블랙리스트에 추가했다. 마찬가지로 위구르족에 대한 생체 인식 감시와 추적에 기술 지원을 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제재 대상 기업은 DJI를 비롯해 안면인식 소프트웨어 기업 쾅스커지와 윈충커지, 슈퍼컴퓨터 제조업체 수광 등이다. 재무부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금융지분 취득을 금지하고 있다.
전날 하원에 이어 상원은 이날 본회의를 열어 중국 신장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이에 따라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이 예외를 두지 않는 한 신장에서 들어오는 물건은 모두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간주돼 수입이 금지된다.
중국은 미국의 조치가 부당한 규제라며 반발했다. 이날 주미 중국 대사관은 로이터에 “중국 생명공학의 발전은 항상 인류의 안녕을 위한 것이었다”며 “미국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는 자유 무역 규칙을 위반한 부당한 탄압”이라며 “중국 기업과 연구기관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민주주의’ 가치를 중시하는 행보를 보이는 미국은 신장 위구르, 홍콩 등에서 이뤄지는 인권 탄압을 이유로 중국에 대한 견제구를 잇따라 날리고 있다. 미 국무부는 이날 공개한 ‘2020년 국가별 테러 보고서’에서 “중국은 신장 지역에서 중국 정부가 ‘극단주의’라고 부르는 것에 대항한다는 명목으로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을 상대로 대규모 ‘재교육’ ‘직업 훈련’ 등 광범위한 탄압 활동을 계속해 왔다”며 “테러리즘에 관한 중국 정부의 광범위한 정의는 지속적인 인권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지난 6일엔 중국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며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