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베테랑 경찰의 ‘촉’…ATM 앞 보이스피싱범 붙잡아

입력 2021-12-17 09:19
지난 15일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러 가던 부산 연제경찰서 소속 정찬오 경감이 현금인출기 위에 지폐를 쌓아두고 입금하던 보이스피싱범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부스터샷을 접종하러 가던 한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범을 붙잡았다.

17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경찰서 소속 정찬오 경감은 지난 15일 오후 2시28분쯤 부스터샷을 맞으러 가던 중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한 남성이 은행 현금인출기 위에 5만원권 지폐를 쌓아둔 채 입금하고 있었다.

정 경감은 이 남성이 보이스피싱범임을 알아챘다. 그는 일단 112에 신고한 뒤 시간을 끌기 위해 현금인출기 문을 두드렸다. 그는 “내가 급하게 돈을 찾아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돈을 입금하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남성을 향해 따지는 등 의도적으로 남성과 말다툼을 벌였다.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이었던 해당 남성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보이스피싱 피해자에게 가로챈 2400만원 중 200만원을 현금인출기로 송금했던 상태였다.

한편 정 경감은 경찰 생활 35년 중 26년을 수사부서에서 근무했고 정년을 1년 앞둔 노장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한 베테랑 경찰의 매의 눈으로 보이스피싱범을 붙잡고 피해자의 소중한 돈도 돌려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밝혔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