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한 중인 호세 페르난데스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16일 “신뢰할 수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가 있다”며 한국 등과 5세대 이동통신(5G) 네트워크 확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첩보 활동에 동원됐다는 의심을 받는 화웨이 등 중국산 5G 네트워크와 장비를 배제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차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5G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관심 있는 몇몇 국가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이 더 참여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5G와 차세대 이동통신(6G)은 미국이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고 역량을 집중하는 분야다. 미국은 중국이 5G 네트워크와 장비를 통해 첩보 활동을 한다고 보고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산 제품을 쓰지 말 것을 각국에 촉구하고 있다.
지난 2일 한·미 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5G, 6G 분야 협력’이 명시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첨단무기 등에 중국산 제품을 쓸 경우 심각한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켜며 중국산 배제를 압박하는 것이다.
특히 페르난데스 차관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화웨이 보이콧’을 앞장서서 촉구한 인물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업체가 통신망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페르난데스 차관이 17일 최종문 외교부 2차관과의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에서 관련 문제제기를 할 수도 있다.
최 차관은 이날 포럼 개회사에서 “한국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최적 파트너”라며 “양국 정부가 사이버 안보, 인공지능, 6G, 양자기술 등 양국 인재 연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르난데스 차관은 미국의 중국 견제 의제 중 하나인 글로벌 공급망 재편도 거론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디지털 경제와 공급망 인프라, IT 인프라 등 강력한 관계를 쌓기 위한 전략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취임 후 처음 한국을 찾은 페르난데스 차관은 이날 카운터파트인 최 차관 외에도 윤태식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등 경제부처 고위 당국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그는 17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인프라·건설·전자·바이오·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 기업 인사들도 두루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