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를 강타한 토네이도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생후 2개월 아기가 다치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세상을 떠난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13일(현지 시각) AP통신, BBC 뉴스 등은 켄터키주의 작은 마을 도슨 스프링스에서 생후 2개월 된 오클린 쿤이 토네이도에 휩쓸려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던 중 세상을 떠났다고 전했다. 오클린은 현재까지 확인된 희생자 중 가장 어린 희생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기의 아버지 더글러스 쿤은 본인의 SNS에 토네이도가 불어닥쳤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10일 토네이도가 닥치자 가족들은 모두 욕실로 대피했다. 쿤은 2개월 딸 오클린을 카시트에 태워 몸을 고정했고, 어린 아들 2명과 함께 오클린을 욕조 안으로 들어가게 했다. 쿤과 아내, 그리고 장모가 아이들을 ‘인간 방패’처럼 에워싸고 버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강력한 토네이도에 결국 집은 뜯겨 나갔고 쿤과 가족들은 이웃집이 있던 곳까지 날아갔다.
토네이도에 휩쓸린 아이들은 부서진 집의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쿤은 “아들 한 명은 머리가 찢어졌고, 다른 아들은 상처 투성이었다”고 말했다. 아들 2명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아 회복했으나 발견 당시 단순히 멍이 든 줄로만 알았던 오클린은 뇌출혈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오클린은 사경을 헤매다 13일 오전 세상을 떠났다.
쿤은 오클린의 소식을 전하며 “이런 일이 생기니 믿음을 잃게 된다. 아이를 지키지 못하고 가족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클린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할머니 집으로 여행을 온 건데,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클린이 없다”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오클린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누리꾼이 아빠 쿤의 SNS를 찾아 그를 위로했다. 누리꾼들은 “이렇게 마음이 아플 수 없다” “충격적인 시간을 버텨내기를 기도하겠다” “자연재해 앞에서 당신의 잘못은 없다”라며 애도와 위로의 댓글을 남겼다.
CNN에 따르면 최소 4개의 토네이도가 들이닥치면서 켄터키주 도슨 스프링스 마을의 약 75%가 파괴됐다. 켄터키 주지사 앤디 베셔는 “정확한 인명 피해를 파악하려면 최대 몇 주가 걸릴 수 있다”며 “아직 행방불명인 사람들도 있어 사망자도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천현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