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 행복했습니다” 폐암 투병 개그맨 김철민 별세

입력 2021-12-16 19:34
폐암과 싸워온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씨가 16일 별세했다. 그의 페이스북에 밝게 웃는 얼굴이 프로필 사진으로 남아 있다. 김철민 페이스북

폐암과 싸워온 개그맨 겸 가수 김철민(본명 김철순)씨가 16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4세. 김씨는 한때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인체 항암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직접 복용할 만큼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지만 결국 영면에 들어갔다.

김씨는 1994년 MBC 공채 5기로 데뷔해 개그 프로그램 ‘개그야’ 등에서 활약했다.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버스킹을 하며 가수로도 활동했다. 2019년 8월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뒤 원자력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아왔다.

김씨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통해 항암치료 과정을 공개하며 팬들과 소통했다. 유재석을 포함한 선배 개그맨들은 그를 응원하고 후원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유튜브를 통해 개 구충제 펜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주장하며 복용하기도 했다.

그 이후 피검사 등에서 증세 호전을 보여 항암 투병 환자들에게 희망을 안기는 듯했지만, 8개월 만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펜벤다졸 복용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삶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았던 그였지만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어 작별 인사를 남겼고, 엿새 만인 이날 세상을 떠났다.

김씨의 팬들은 그의 페이스북에 “하늘에서 버스킹하며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 “먼 곳에서 항암 투병 환자들을 응원해 달라”고 인사하거나 “덕분에 행복했다”는 생전 고인의 인사를 인용한 댓글로 애도하고 있다.

김씨의 형인 가수 갑순씨도 2014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갑순씨는 가수 나훈아의 모창 가수인 ‘너훈아’라는 이름으로 생전 유명세를 탔던 가수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