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명대이던 병역의무 기피자가 지난해 처음으로 300명대를 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등에서 영주권 취득 자격이 강화된 점이 기피자 급증 배경으로 지목된다. 영주권을 취득하면 해외에 장기 거주하는 동안 병역의무가 연기되는데, 취득 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기피자 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병무청은 16일 병역의무 기피자 342명의 인적사항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명단에 오른 이들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병역의무를 기피한 사람들이다.
항목별로는 현역 입영 기피자가 92명, 사회복무요원 소집 기피자 30명, 병역판정 검사 기피자가 30명이고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자가 190명으로 가장 많았다. 현행법상 병역미필자는 만 28세가 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해외여행이 제한되는데, 이를 어기고 귀국하지 않은 것이다.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자 수가 2019년 87명에서 지난해 190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전체 기피자 수가 300명을 돌파했다. 2015~2019년 병역의무 기피자 수는 연간 237~266명 수준이었다.
병무청 관계자는 기피자 급증 배경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미국 등 해외 국가의 영주권 취득 자격이 강화됐다”며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경우 단기여행 허가 기간만 해외 체류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단기여행 허가 기준이 2018년에 3년에서 2년으로 단축되면서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공개 대상에 1993년생들이 1년 앞당겨져 포함된 것도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2015년부터 병역의무 기피자의 인적사항을 매년 공개하고 형사고발 조치하고 있다. 3월에 대상자에게 사전 안내를 하고 6개월간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심의를 거쳐 최종 공개 대상자를 확정한다. 추후 입영 등 병역을 이행하는 경우 명단에서 삭제된다.
병무청 관계자는 “병역의무 기피자 인적사항 공개를 통해 기피자 발생을 예방하고,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우진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