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나선 현대차그룹, 윤여철 부회장 퇴진

입력 2021-12-16 18:33

현대자동차그룹 윤여철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날 전망이다. 윤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마지막 남은 최측근이다. 취임 2년차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친정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르면 17일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1952년생인 윤 부회장은 1979년 입사해 40년 넘게 재직한 현대차의 산증인이다. 노무 분야를 이끌며 노사 임·단협 타결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다. 최근 현대차그룹에 강성노조가 들어서며 윤 부회장이 유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교체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보인다.

현대자동차그룹 윤여철 부회장


재계에선 정 회장의 ‘세대교체 마무리’ 작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정 회장이 지난해 12월 회장에 취임한 이후 정 명예회장 시절 ‘MK 사단’으로 불리던 부회장단은 대부분 물러났다. 다만 윤 부회장은 유일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윤 부회장과 함께 울산공장장을 겸하고 있는 하언태 현대차 사장도 물러난다는 관측이 나온다. 하 사장은 매년 회사 대표로 노조와 교섭하며 윤 부회장과 함께 3년 연속 무파업 타결을 이끌기도 했다. 최근 선출된 현대차에 강성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지도부가 들어온 상황에서 윤 부회장과 하 사장이 나란히 물러나면서 노사 관계가 어떻게 재정립될지도 주목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윤 부회장이 70세로 고령인 데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노무 역할을 담당할 다른 인재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윤 부회장 용퇴를 통해 노사관계 개선에도 변화를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진 부회장·사장단 인사는 최소화하지만, 부사장 이하 임원 인사에선 높은 성과와 잠재력을 인정받은 40대 우수 인재를 대거 발탁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된다.

전기차, 자율주행, 수소모빌리티, 도심항공교통(UAM), 로보틱스 등의 핵심사업 분야가 대체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만큼 전문지식이 풍부하고 국내외 업무 경험이 많은 전문가 그룹이 대거 임원에 발탁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부회장과 함께 그룹 연구개발(R&D) 및 디자인경영 총괄을 맡아온 알버트 비어만 사장(연구개발본부장)은 이날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퇴임식을 진행했고, 피터 슈라이어 사장도 퇴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