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로 간 ‘청소년 방역패스’… “코로나 상황서 기본권 침해 문제 고민해야”

입력 2021-12-16 18:20
전국학부모단체연합 등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이 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에 반대한다며 방역패스 확대 적용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청소년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대 정책에 대해 제기된 헌법소원 심판청구사건이 적법 요건을 갖춰 심리를 할 만한 사안인지를 검토하고 있다. “백신접종을 사실상 강요한다”며 학생과 학부모가 거세게 반발하는 상황이라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헌법학계에서는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 공권력의 기본권 침해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때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일 접수된 헌법소원 청구를 본안에 회부해 본격적인 심리에 나설 것인지 심사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고교 3학년을 비롯해 국민 453명은 청소년 방역패스 확대 정책이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헌재가 이 사건이 적법 요건을 갖췄다고 판단하면 재판관 9인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게 된다.

그간 헌재에 접수된 코로나 방역지침 관련 헌법소원 사건은 50건 이상 된다. 이 중 각하 결정이 내려진 사건을 제외하면 현재 전원재판부에서 심리 중인 사건은 약 20~30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관계자는 “집합금지 명령에 따른 영업제한 조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민·종교단체의 집회·예배 금지 관련 사건이 다수 접수됐다”며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이후엔 백신접종 권고 결정 관련 사건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상태”라고 말했다.

법조계는 백신접종을 전제로 한 정부의 방역지침은 ‘행정 작용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반될 여지가 있다고 해석했다. 감염병예방법은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임시 예방접종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국가가 예방접종을 받게 하는 조처를 할 수는 있지만 개인이 거부할 경우 처벌할 수 없다. 하지만 출입자 명단 작성이나 마스크 착용 등과 달리 백신접종을 전제로 시설 출입을 막는 방역패스 정책의 경우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논의는 지난 3일 한국헌법학회와 헌법재판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도 이뤄졌다. 이노홍 홍익대 로스쿨 교수는 “다중시설 이용을 위해서는 백신 접종이나 음성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백신 미접종자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신체에 관한 자기결정권 및 평등권 등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규 동의과학대 교수는 “백신 미접종자가 다중집합장소에 자유롭게 다니는 것이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위해의 유무·정도를 고려해야 하고, 백신 접종 때문에 위해가 방지된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인사들은 방역패스가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이라는 공공의 이익에는 부합할 수 있으나, 코로나 상황의 추이나 개별 기본권 침해 상황의 차이 등을 고려해 차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통화에서 “방역패스 자체가 위헌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적용 범위·대상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