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석탄 대신 소똥 이용해 철 생산한다…친환경 연료 확대

입력 2021-12-16 17:42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고로1,2,3호기 전경.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이 철강 생산 과정에서 우분(소의 배설물)을 이용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섰다. 고로(용광로) 연료로 투입되던 석탄을 우분 고체연료로 대체 투입해, 축산 폐기물을 재활용하고 친환경 연료 사용으로 온실가스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은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협동조합중앙회와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농식품부는 우분의 고체연료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및 품질·이용 확대를 추진하고, 농협중앙회가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공급을, 현대제철이 제철소 내 이용 확대를 위한 기술 협력을 담당한다. 현대제철은 향후 조업 테스트를 거쳐 우분 고체연료를 고로 연료로 투입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현대제철과 농식품부, 농협중앙회는 축산 농가의 골칫거리인 가축분뇨를 고체연료로 만들어 가축분뇨를 줄이고, 제철소에서 친환경 연료도 사용할 수 있게 함으로써 1석 2조의 효과를 노린다. 1t의 우분 고체연료를 만드는 데는 4t의 축산 폐기물이 들어간다. 이때 1.5t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우분은 우리나라에서 매년 2200만t가량이 발생하지만 대부분 퇴비로 활용되며 연간 20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발생시켜왔다. 농식품부는 우분 발생량의 10%만 고체연료로 사용해도 약 3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또 1t의 우분 고체연료는 유연탄 0.5t 상당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그래서 유연탄 대신 우분 고체연료를 사용하면 그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유연탄을 수입하는 데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다.

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2012년부터 우분을 제철소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4년 특허를 출원했으나, 우분 수거 및 고체연료 제조에 대한 문제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상용화가 지연돼왔다. 그러던 중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적극 지원에 나서면서 9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한편 현대제철은 지난 9월 포스코와 패각(굴이나 조개 등의 껍데기)을 제철공정의 부원료로 재탄생시킨 바 있다. 전국에서 연간 30만~35만t이 발생함에도 활용처가 제한돼 어촌 지역에 방치돼왔던 패각을 석회석을 대체할 연료로 만들어내면서 환경문제 해결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 효과를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버려진 패각 약 92만t을 제철공정에 활용하면 약 41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낸다. 이는 소나무 약 3억 그루를 심는 것과 유사한 효과다.

이처럼 철강업계는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다각도에서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날 업무협약도 이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수소환원제철공법 개발을 통해 탄소배출 없는 제철소를 구현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