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서 민주당 소속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게 ‘카렌(Karen)’이라는 멸칭을 붙여 공격했다. 카렌은 미주·유럽 여성의 이름이지만, 인터넷상에선 백인 여성에 대한 비하의 의미로 변형된다. 머스크의 트윗은 또 역풍을 몰고 왔다.
문제의 상황은 미국 주간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머스크를 선정한 지난 13일(한국시간)에 시작됐다. 워런 의원은 이 소식을 다룬 인터넷뉴스를 이튿날 트위터로 옮기면서 “올해의 인물이 세금을 내게 만들고, 모두의 돈을 공짜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세법을 바꿔야 한다”고 적었다. 그러자 머스크가 지난 15일 직접 댓글을 달아 반박했다.
머스크는 ‘자신의 혈통을 원주민으로 속였다’는 워런 의원의 발언을 담은 인터넷뉴스를 첨부하면서 “제멋대로 추측하지 말라”고 항의했다. 이에 성이 차지 않은 듯 추가 댓글을 달면서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친구의 화난 엄마는 아무 이유도 없이 아무한테나 소리를 지르곤 했다”고 덧붙였다. 워런 의원을 신경질적인 사람으로 묘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트위터에서 머스크의 공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머스크는 곧 “카렌 의원, 제발 점장만은 부르지 말라”고 추가 댓글을 달았다. 카렌은 미국에서 고압적인 태도를 가진 백인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이기적이고 무례한 경우나 갑질하는 부유층·고위층으로 용처가 한정돼 있지만, 한때 한국에서 남용됐던 ‘김 여사’처럼 여성에 대한 인신공격 의도로 쓰인다.
“점장을 부르지 말라”는 말은 ‘종업원의 사소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점장을 불러 호통치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워런 의원의 트윗을 ‘백인 여성의 신경질적인 갑질’로 몰아가려는 머스크의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머스크의 트윗은 곧 비판 여론을 몰고 왔다. 머스크의 지지자, 혹은 테슬라나 암호화폐(가상화폐) 도지코인 투자자도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지 말라”거나 “테슬라 직원 중 누군가는 용기를 내 CEO의 트윗을 막으라”며 머스크의 기행을 말렸다.
5만5000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도널드 모이니한은 머스크의 댓글에 의견을 덧붙여 “이런 논쟁 자체가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사실로부터 대중의 시선을 분산하기 위해 가벼운 신비주의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부유세 도입을 강경하게 주장하는 정계 인사들과 종종 트위터에서 설전을 벌여왔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인사인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부자들이 공정한 몫을 납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는 트윗을 올리자 머스크는 댓글을 달아 “당신이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을 잊었다. 샌더스는 무언가를 생산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져가는 사람”이라고 되받았다. 샌더스는 만 80세의 고령자다. ‘아직 살아있다’는 머스크의 댓글 역시 인신공격 의도로 해석됐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