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와이어가 끊기는 사고로 운영이 중단된 전남 고흥군 짚트랙(공중하강체험시설)의 공사를 자격 미달 업체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업체는 특허가 취소된 특허증과 위조된 실적 증명서를 제시했고, 고흥군은 이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공사를 맡겼다. 더군다나 군은 이 업체의 조언에 따라 설계를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6일 공개한 ‘전라남북도 계약 등 업무처리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흥군은 2017년 11월 A업체가 특허를 가지고 있다며 제안한 공법으로 하강체험시설 설치공사 공법을 선정한 뒤 2018년 5월 이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
감사 결과 A업체는 해당 특허에 권리가 없었다. 실적증명서는 관련 협회 등이 발급한 것이 아니었고 그 마저도 위조된 것이었다.
고흥군은 이러한 위조 서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인정해 계약을 진행했다. 또 군은 특허공법이 적용되는 부분이 85.72% 이상일 때만 수의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규정에 맞추기 위해 12.25%에 불과한 특허공법 적용 부분을 부풀려 건설공사업 면허가 없는 A업체와 수의계약을 진행했다.
시험 운행 중에는 활강체가 도착지점에 제대로 도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자 A업체의 자문을 받아 도착지점을 설계변경 없이 조정하기도 했다.
고흥 짚트랙은 준공 1개월 후인 지난해 8월 15일 와이어 1개가 끊어져 운영이 중단됐다. 이후 같은 달 21일, 10월에도 주 와이어와 보조 와이어가 연이어 끊어지면서 안전 문제로 현재까지도 운행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A업체는 유사한 수법으로 광양시 짚트랙 설치 공사 계약도 따내 공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고흥군에 짚트랙 설치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담당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고 광양시에 A업체와의 계약해지 방안 마련을 통보하는 한편 경찰에 A업체의 대표이사를 고발했다.
이 외에도 부안군이 공공화장실을 확충하면서 디자인 등록이 되지 않은 특정 업체와 디자인등록을 이유로 수의계약하고, 경로당 태양광발전설비를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구매하는 것처럼 하고 다른 제품을 구매한 사실이 적발됐다.
정읍시는 도로포장공사 설계용역을 진행하면서 계약을 수의계약 가능 금액으로 쪼개 특정업체에 계약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수군은 보조사업자가 제출한 허위 실적보고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보조금을 집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감사는 앞서 진행된 ‘지방자치단체 전환기 취약분야 특별점검’ 등에서 전라남북도 지자체가 계약에서 지역업체를 밀어주는 등의 토착 비리가 다수 발견됨에 따라 이를 중점 점검하기 위해 진행됐다. 자료수집 결과 문제점이 발견된 고흥군, 강진군, 광양시 등 9개 시군이 감사대상이 됐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