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위드 코로나’ 이전으로 유턴(U-turn)을 선언하며 자영업자들의 자조 섞인 한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사적 모임 인원은 4명으로 제한한다고 16일 발표했다. 식당·카페를 비롯해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당겨진다. 영화관, 공연장, 피시방 등은 밤 10시까지로 제한하되 청소년 입시학원 등은 예외를 두기로 했다.
자영업자 절망 “성탄절, 새해 대목 모두 날려”
‘사회적 거리두기’ 재도입이 발표된 이날 회원 89만명을 보유한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회원들의 절망과 푸념이 쏟아졌다. 일상 회복으로 연말 특수를 기대했으나 시간·인원 제한으로 영업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피자 가게를 운영한다고 밝힌 회원은 “숨통 좀 트인다 했더니 다시 꽉 막히게 됐다. 연말 모임 예약만 15팀인데, 다 취소 연락을 드려야 한다”며 “12월에 최대한 많이 벌어야 한 해를 버틸 수 있는데 기대가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위드 코로나’에 맞춰 1억원 가까이 투자해 가게를 확장한 아래층 고깃집 사장님은 매일 술만 드시고 있다”고 답글을 달았다.
노래방 업주라고 소개한 회원은 “크리스마스, 신정 대목을 모두 날리게 됐다”며 “노래방이 밤 9시 제한이면 제한 수준이 아닌 정지와 같다. 차라리 정지시키고 정지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달라”고 호소했다. 코인노래방 업주도 “아르바이트생도 자르고 15시간씩 가게를 홀로 지키고 있는데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다”고 적었다.
무엇보다 이전처럼 기약 없는 연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 업주들이 불안감을 키우고 있었다. 일본식 전통주점(이자카야) 업주라고 소개한 회원은 “직원 5명에 아르바이트생만 3명이다. 16일간만 시행한다고 하면 어떻게든 버티겠지만, 예전처럼 계속 연장되면 인건비조차도 감당할 수 없다”며 “월세도 내야 하고, 직원들에게 시간과 급여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을 해야 하는데…”라고 하소연했다. 다른 회원도 “내년 1월 2일까지만 하겠느냐, 2주 연장이란 말이 제일 무섭다”고 절망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이번 거리두기 조정방안은 금주 토요일(18일) 0시부터 특별방역기간 종료일인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적용된다”면서도 “연말에 방역상황을 다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감염 확산 상황에 따라 거리두기 조치를 연장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오는 22일 예고된 자영업자 단체의 대규모 집회 참여를 독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장사도 못 하는데 집회라도 가야겠다” “2년 가까이 협조했으면 우리는 할 만큼 했다. 모두 22일 집회에 나가자” “사장님도 집회 나오세요”라는 댓글들이 확인됐다.
전국호프·음식점연합회, 한국인터넷PC카페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된 자영업자비대위는 22일 오후 3시 서울 광화문에서 정부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들은 전날 입장문에서 왜 정부와 방역 당국의 무책임이 또다시 자영업자에게만 떠넘겨지는 것이냐”며 “우리가 다시 거리로 나오는 것은 그들의 방관 때문”이라고 반발했다.
적극적 손실보상 약속했지만… 불신 팽배
소상공인 손실에 대한 정부의 보상체계를 불신하는 분위기도 팽배했다. 김 총리가 “영업시간 제한으로 입는 직접 피해에 대한 손실보상과 함께, 방역패스 확대 등 현실적 어려움에 대해서도 ‘방역지원금’ 명목으로 좀 더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피해 실태와 액수에 대한 구체적 추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규모 음식점을 운영 중인 회원은 “이번에 손실보상금이 어떻게 산정될지 지켜보겠다. 2019년 개업했는데 그때 매출이랑 대비한 탓에 제대로 손실보상금을 받지 못했다”며 “2019년에 개업해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반복되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언급했다. 그간 손실보상제는 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019년과 비교한 올해 같은 달의 하루 평균 손실액에 방역 조치 이행 기간과 보정률 80%를 적용해 산정했다. 이 지점에 사각지대와 구멍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 것이다.
술집 업주로 추정되는 누리꾼은 “일반 식당과 저녁 장사하는 술집을 같은 일반 식당이라고 똑같은 보상을 했다”며 “1t 트럭으로 운송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는데, 다시 그래야 하는 상황이 왔다”고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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