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기다리는 중 完(완)’
지난 15일 새벽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해 11월 교통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진 친구가 깨어나길 기다리며 40일 넘게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던 누리꾼이 근황을 전한 글이었다.
이 글을 적은 A씨는 “작년 11월 친구가 사고가 난 지 1년이 넘었다”며 “별거 아닌 ‘친구 기다리는 중’ 꾸준글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께서 응원과 격려를 해주신 덕분에 이렇게 다시 찾아뵙게 됐다”며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린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친구가 댓글 하나하나 읽으면서 포기하지 않고 많은 힘이 돼 재활운동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친구가 지팡이를 짚고 계단을 오르거나 보도를 걸어가는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첨부했다.
친구 ‘코마’상태…40일 넘게 ‘기다리는 중’ 글 올려
앞서 A씨는 지난해 11월 8일 ‘친구가 교통사고 후 코마상태입니다. 깨어날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디시인사이드 의학 갤러리에 올렸다. 그는 당시 “제 소중한 친구가 5일 전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긴급수술을 마쳤으나 의사 말로는 가망이 없다 해서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들었다”고 암울한 상황을 설명했다.A씨는 “하지만 기적적으로 고비를 넘겼고, 불가능하다 했던 CT촬영까지 마친 후 결과를 보니 뇌 척추 목뼈에는 이상이 없다고 한다”며 “뇌사 상태도 아니고 의식도 있다고 판단된다고 한다”고 전했다. 다만 “폐 간 십이지장 손상으로 자가호흡이 안 돼 산소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며 친구의 어려운 상황을 언급했다.
A씨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18일까지 40일 넘게 ‘친구 기다리는 중’이라는 글을 계속해서 올렸다. 처음 이 글을 본 누리꾼들은 A씨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친구를 매일 기다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글이 계속 올라오자 “맨날 기다린대” “맨날 만나서 뭐하냐” 등의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보였다. 이에 A씨는 다른 설명 없이 “진짜 매일 기다리는 중”이라며 답글을 달기도 했다.
‘이제 안 기다려도 됨’…누리꾼들 감동
지난해 12월 19일 A씨는 ‘친구 기다리는 중’이 아니라 ‘이제 친구 안 기다려도 됨’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를 통해 친구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기다리며 A씨가 글을 올려왔다는 사실을 많은 누리꾼이 알게 됐다.A씨는 당시 병원복을 입은 채 침대에 앉은 친구 사진을 올리고 “친구가 11월 3일 새벽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지고 47일 만에 깨어났다”고 적었다. 그는 “(친구가) 지금 횡설수설하면서 헛소리한다.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그래도 기분은 좋다”고 말했다. 당시 A씨 사연을 알게 된 누리꾼들은 “감동이다” “두 분 우정 훈훈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1년 만에 근황…지팡이 짚을 정도로 회복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15일 A씨가 친구의 근황을 다시 공개했다. A씨는 “불편하지만 잘 걸어 다닌다. 친구들 잘 만나고 다닌다. 감사하다”며 근황을 요약했다.그는 “방송국이나 여러 매체 인터뷰 요청은 친구가 너무 부담스러워 해 정중하게 거절한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또 “친구 후원을 원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대신 몸이 불편한 분들을 위해 기부단체에 기부해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1년 만에 공개된 A씨와 친구의 사연에 “아침부터 울었다” “행복해지는 소식” “진짜 친구라는 게 이런 걸까요” “이런 친구 있어서 부럽다”는 등의 반응을 보이며 두 사람의 우정을 응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