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물가 상승률의 가파른 상승세와 관련해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인식이 바뀌었다. 연준은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앞당기고 내년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급진정책으로 선회했다.
연준은 이틀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1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수요와 공급 불균형이 지속되며 인플레이션 수준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연준은 이번 성명에서 현재 인플레이션 상황과 관련, ‘일시적(transitory)’이란 표현을 삭제했다. 연준은 그간 인플레이션에 대해 코로나 극복 국면에서 야기된 수요 병목 현상에 따른 일시적 문제라고 규정해 온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연준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속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매달 150억 달러인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린다. 또한 자산매입 프로그램 마무리 시점을 내년 3월쯤으로 당길 방침이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노동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며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매입(축소)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연준은 기준 금리는 현재 0.00~0.25%로 동결했지만, 내년에는 최소 3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금리 인상과 관련, “물가인상률이 2%를 넘어서고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에 도달했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별도 회견에서 “경제는 빠르게 완전 고용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9월 2.2%에서 2.6%로 높여 잡았고, 내년 말 기준 실업률 예측은 3.8%에서 3.5%로 수정했다.
연준이 예상한 금리 인상 폭은 시장의 예상보다 가파른 최소 0.63%에서 최고 1.12% 수준이다. 연준이 별도 공개한 점도표(금리 전망 지표)에 따르면 18명의 FOMC 위원 중 10명이 내년 0.88~1.12%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고, 5명은 0.63~0.87%를 전망했다. 투자자들은 이르면 연준이 자신매입 축소 종료 시점으로 꼽은 내년 3월이나 중반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9월의 경우 18명 가운데 절반인 9명이 내년 0.13~0.37%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지난 6월에는 대다수가 2023년 첫 금리 인상을 내다봤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치가 연준이 올해 내놓은 정책 가운데 가장 매파적(급진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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