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봄 자산매입을 끝내고, 1년 내 최대 3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대응이다. 인플레이션 완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수십 년간 지속해온 양적완화 정책의 종료가 본격화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연준은 15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성명에서 “팬데믹과 경제 재개와 관련한 수급 불균형이 계속돼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최근 몇 달 동안 고용증가가 탄탄했고, 실업률이 크게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의에서 연준 관리들은 기준금리를 현재 0.00~0.25%로 동결했지만, 2022년 최대 3번의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2023년 2번, 2024년 2번 더 금리가 인상될 가능성도 언급됐다.
연준이 공개한 금리전망 점도표를 보면 18명의 FOMC 위원 중 10명이 내년 0.88~1.12% 수준의 금리 인상을 예상했다. 5명은 0.63~0.87%를 전망했다.
연준은 11월과 12월 각각 150억 달러씩 줄이기로 했던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 규모를 내년 1월부터 300억 달러로 2배 확대하기로 했다. 연말까지 매입 규모는 900억 달러, 내년 1월에는 600억 달러로 줄어든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노동 시장이 개선되고 있다. 경제 전망 변화에 따라 매입(축소) 속도는 조절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계획대로 테이퍼링 속도를 높이면 내년 1분기 자산매입이 조기 종료된다. 이 경우 이르면 3월부터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연준이 올해 내놓은 정책 중 가장 매파적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연준 발표는 시장 예상보다 파격적이다. CNBC 방송은 최근 이코노미스트와 자산운용가 등 전문가 31명을 대상으로 설문했더니 2년 이내 금리를 3차례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이날 연준 발표가 전문가들의 관측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인 것이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을 둘러싼 주요 데이터가 예측치를 벗어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지난 10월 6.2%, 지난달 6.8%로 수십 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로 평가되는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지난달 9.6%까지 올라 2010년 관련 통계 조사 시작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는 소비자 물가 상승이 수개월 더 지속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도 내년 2월까지 높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 데이터가 나오고, 이후에야 서서히 하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연준이 물가 대응을 서두르지 않으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물가상승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FOMC 역시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 9월 2.2%에서 2.6%로 높였다. 내년 말 기준 실업률 예측은 3.8%에서 3.5%로 수정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할 위험이 있다. 물가상승률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