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현(25)에 대해 항소심에서도 사형을 구형했다.
서울고등법원 형사6-3부(부장판사 조은래·김용하·정총령)는 15일 오전 살인 등 혐의를 받는 김태현의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앞서 1심에서 김태현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날 재판은 검찰과 김태현 측이 모두 항소하면서 열렸다.
녹색 수의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나온 김태현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재판장 질문에도 답을 하지 않거나 간혹 한숨을 내쉬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재판부는 추가로 심리할 사안이 없다는 양측의 입장을 들어 항소심 재판을 종결했다.
검찰은 김태현에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김태현의 범행이 사전에 계획됐고 수법이 잔혹하며,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 가족이 모두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나왔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했다.
반면 김태현 측은 1심에 이어서 항소심에서도 ‘우발적 살해’를 주장했다. 변호인은 “여동생을 살해한 후 큰딸과 모친이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포자기 심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2명의 피해자에 대해선 우발적 살인”이라며 1심의 무기징역형이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재판장은 김태현에게 “피고인도 무기징역이 너무 무겁다는 입장이냐”고 물었고, 김태현은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다. 이어 재판장이 재차 “항소했으면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고 하자 그는 “죄를 지은 죄인이 무슨 말을 하겠냐”며 말을 흐렸다.
또 김태현은 재판 말미에 최후진술 기회를 얻었다. 김태현은 “이 자리에 서 있는 피고 김태현은 아무런 죄 없는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죄수”라며 “이 죄인의 목숨은 죄인의 것이 아니다.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사죄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살아있어서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피해자인 어머니의 형제·자매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오래 사형 집행이 안 된 건 안다”면서 “그런데 무기징역이 나오면 김태현이 (가석방돼 사회로) 나와서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두렵다”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김태현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다음달 19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큰딸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 지난 3월23일 집으로 찾아가 A씨의 여동생과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태현은 1심에서 줄곧 자신이 스토킹한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우발적 살해’라는 주장을 이어왔다. 하지만 검찰은 “살해가 계획에 없던 일이라면 다음 범행 실행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만 당당하게 행위를 이어나갔다”며 계획적 범행으로 보고 사형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 역시 우발적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사형 선고로 나아가기 위해 보다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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