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강진에 잠 설친 제주도민…15일엔 규모 2.8 여진 발생

입력 2021-12-15 16:28 수정 2021-12-15 16:48
14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직후 제주시 연동 제주도교육청 직원들이 건물 밖으로 대피해 있다. 독자 제공

구만섭 권한대행이 15일 오전 8시 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ㅇ서 ‘지진 발생에 따른 대처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구 권한대행은 “여진 등 추가 지진발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중앙대난안전대책본부와 연계해 지진 피해상황 관리에 총력을 기울여 달라”고 지시했다. 제주도 제공

제주도 서귀포시 인근 바다에서 14일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15일 오후 4시까지 제주 부근에는 15번의 여진이 잇따랐다.

15일 오후 3시6분 제주 서남서쪽 40㎞ 부근 해역에서 발생한 열다섯 번째 여진은 규모 2.8로 14일 본진 이후 가장 규모가 컸다. 계기진도는 제주에서 2, 그 외 지역에서 1로 분석됐다. 계기진도는 관측된 진도 값과 지진파를 토대로 산출된 진동의 세기다.

계기진도 2는 ‘조용한 상태에서 소수의 사람만 흔들림을 느끼는’ 수준인 데다 규모 3.0 미만 지진의 경우 재난 문자를 발송하지 않기 때문에 여진을 인지한 도민은 많지 않았다. 지난 2017년 포항지진(규모 5.4)때 규모 2.2~4.3 여진이 100회 발생했던 것과 대비된다.

14일 지진 이후 제주에는 도 전역에서 110건의 지진 감지 신고가 접수됐다. 제주시 연동에서 유리창이 깨지고 제주시 한림읍의 한 주택 벽이 갈라지는 등 제주와 서귀포시 곳곳에서 총 6건의 주택 내부 균열이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전날 지진은 규모 4.9로 제주도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도 전역에 흔들림이 전달됐다. 굴착기로 땅을 파는 듯한 진동과 굉음이 난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책상과 식탁, 매장에 진열된 물건들이 흔들리는 모습이 육안으로 식별됐고, 제주시 아라동에서는 벽에 걸어둔 액자가 떨어져 유리가 깨지기도 했다. 저녁 시간을 앞두고 업무를 마무리하던 사무직 직원들은 건물이 흔들리자 모두 밖으로 대피했다. 학원에선 아이들이 책상 밑으로 몸을 숨겼다.

진동은 수 초안에 끝났지만 도민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 시키기가 어려웠다. 가족과 친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소셜 미디어에는 현재 상황을 전하는 글들이 줄지어 올라왔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카페에 도로가 갈라진 사진이 제주 지진 상황이라는 설명을 달고 퍼지면서 공포감을 더했다. 해당 사진은 제주 촬영본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제주도는 전 공무원의 10% 이상이 근무하는 비상 2단계 근무를 발령했다. 13개 협업 부서를 비롯해 지방항공청, 교육청, 경찰청, 해양경찰청, 한국전력공사, 해병대 9여단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긴급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읍면동에 기반시설 피해 상황 조사를 지시하고 정수장, 하수처리장, 교량, 폐기물처리장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현재까지 국가기반시설인 원자력발전소와 공항, 전기, 통신 등의 안전에도 문제가 발견되진 않았다.

이번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 이래 제주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는 가장 강력하고 국내 발생 지진 중에서는 역대 11번째(공동) 규모다. 하지만 지진이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일어난 데다 단층 이동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뤄진 덕분에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기상청은 분석했다.

제주=문정임 기자 moon1125@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