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 산모, 병상 부족에 10시간 길에서 헤매

입력 2021-12-15 16:07 수정 2021-12-15 16:30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특별시립 서북병원에서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들이 구급차로 환자를 이송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산모가 출산이 임박한 상황에서 병상 부족으로 인해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10시간 넘게 거리를 헤맨 것으로 확인됐다.

1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0시쯤 출산 예정일을 이틀 남긴 산모 30대 A씨로부터 “하혈을 시작했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고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수원소방서 파장119안전센터 대원들은 산모와 남편 모두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사실에 손놀림이 빨라졌다.

일반적으로 출산이 임박한 임신부는 다니던 산부인과로 이송한다. 하지만 확진자일 경우 정부 지침에 따라 코로나 전담병원에 있는 산부인과로 이송해야 한다. 문제는 코로나19 전담병원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산모가 하혈하는 위급상황이었다. 대원들은 서둘러 A씨를 구급차에 태우고 인근 병원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모두 “확진자 병상이 다 찼다”는 말뿐이었다. 경기 남부권뿐 아니라 북부권과 서울, 인천의 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속절없이 시간은 흘러갔다. 두 시간 가까이 거리를 떠돌던 중 다행히 A씨의 산통이 차츰 잦아들었고, 상의 끝에 우선 귀가 조처했다.

하지만 같은 날 새벽 2시35분쯤 산모에게 5분 간격으로 진통이 찾아왔다. 재차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은 A씨를 태우고 다시 한번 수도권 병원에 전화를 돌렸지만, 여전히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도권과 그나마 거리가 가까운 충청지역 병원으로 문의했지만, 그곳의 상황도 다를 바 없었다.

구급대원들은 상황실과 100여통이 넘는 무전을 하며 병상을 찾았지만, 산모를 수용할 병상은 없었다. 산모의 진통 주기가 빨라지고 출산이 임박하자 구급차에서 분만을 시도하는 방법까지 고려됐다.

그 순간 서울의 한 병원에서 병상 한 개가 확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만삭의 산모는 10여 시간을 거리에서 헤매다 오전 8시10분쯤에서야 병원에 도착, 출산을 마칠 수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10시간여 동안 40곳이 넘는 병원에 문의했지만, 병상 여유가 있는 곳은 없었다”며 “그나마 산모가 잘 버텨준 덕에 큰 사고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1.4%(1298개 중 1056개 사용)에 달하고,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는 수도권 가동률은 86.4%(837개 중 723개 사용)로 90%에 육박하고 있다. 게다가 전담병원 중 산부인과가 없는 곳도 있어 확진된 임신부의 경우 병상 이용이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도 관계자는 “종전에는 임신부 확진자는 모두 전담병원 치료를 받게끔 돼 있었는데 지난 9월 지침이 바뀌면서 증상이 경미하거나 본인이 희망하면 재택치료가 가능하게 됐다”며 “이번 경우도 재택치료 도중 병상을 새로 구해야 할 상황이 됐는데 산부인과가 있는 전담병원이 적다 보니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