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약촌오거리 살인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가 진범으로 의심되는 용의자를 불기소 처분했던 검사의 사과를 받아들여 소송을 일부 취하했다. 이 사건의 목격자였던 피해자 최모씨는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10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이 사건은 영화 ‘재심’으로도 다뤄지며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피해자 최모 씨 측은 15일 서울고법 민사20-3부(김영훈 홍승구 홍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해배상 소송 변론에서 “피고 김훈영 검사에 대한 소송을 취하해달라”고 밝혔다.
최씨의 대리인인 박준영 변호사는 “김 검사가 화해 과정에서 보인 노력과 그 진정성이 반드시 평가받길 바라며, 소송을 취하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는 내용의 재판상 화해를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1심 패소 판결에 항소하기 전 원고 측에 전화를 걸어 사과의 뜻을 밝혔다. 최씨가 검사의 사과를 받아들인 셈이다. 김 검사 측도 화해안을 받아들여 이날 그에 대한 소송은 마무리됐다.
다만 최씨를 불법감금하고 폭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당시 익산경찰서 소속 경찰관 이모씨에 대한 소송은 여전히 이어간다.
이씨 측은 “원고가 무고한 옥살이를 한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소송자료를 아무리 모아봐도 (불법감금이 있었다는) 최씨의 진술에 따라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씨 측은 “가혹 행위가 있었음은 관련 형사판결에서 인정됐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16세였던 2000년 전북 익산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모(당시 42세)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0년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경찰은 2003년 진범이 따로 있다는 첩보에 따라 진범 김모씨를 긴급체포한 뒤 자백을 받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으나 검찰에서 기각됐다. 김 검사는 최씨를 직접 수사하고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진범인 김씨를 조사하고도 2006년 무혐의 처분했다. 김씨는 2017년 4월 강도살인 혐의로 뒤늦게 재판에 넘겨져 2018년 3월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만기 출소한 최씨는 2013년 경찰의 강압에 못 이겨 허위로 자백했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6년 11월 재심 무죄를 받고서야 살인범의 누명을 벗을 수 있었다.
최씨와 가족은 이후 국가와 이씨, 김 검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1심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지난 1월 판결에서 “경찰은 영장 없이 최씨를 불법 구금·폭행해 자백을 받아냈다”며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도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위법 수사를 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을 향해서는 “경찰에서 진범의 자백 진술이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는데도 증거를 면밀히 파악하지 않고 경찰의 불기소 의견서만 믿었다. 검사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재판부는 국가가 최씨에게 13억원을, 그의 어머니와 동생에게 총 3억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아울러 당시 경찰관과 검사는 국가와 공동해 전체 배상금 가운데 20%를 부담하도록 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