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부 시위’ 취재하던 미얀마 사진기자, 군부 체포 뒤 사망

입력 2021-12-15 14:49 수정 2021-12-15 14:50
미얀마 양곤에서 반군부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된 뒤 사망한 프리랜서 사진기자 소 나잉. 이라와디 캡처

미얀마의 한 프리랜서 사진기자가 군사정권에 체포된 뒤 나흘 만에 목숨을 잃었다.

AP통신 등 외신은 프리랜서 사진기자인 소 나잉이 지난 10일 양곤에서 ‘침묵 파업’을 취재하다가 군경에 체포된 뒤 14일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침묵 파업은 ‘세계인권의 날’을 맞아 쿠데타에 대한 항거의 의미로 미얀마 전역에서 열린 비폭력 시위다. 이날 미얀마인들은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장사도 접고 외출도 하지 않음으로써 군부에 저항의 뜻을 알렸다. 더구나 지난 5일 양곤 도심에서 군경이 차를 몰고 비폭력 시위대를 향해 돌진해 최소 5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면서 ‘침묵 파업’에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양곤 시내는 사실상 텅 비어 있었다.

나잉은 이를 취재하기 위해 동료 사진기자와 함께 시내를 돌아다니던 중 군경에 체포됐고 양곤의 군 신문시설로 이송됐다고 그의 동료들이 전했다. 이후 그의 가족들은 14일 오전 나잉이 한 국방종합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나잉의 한 친구는 현지 매체 이라와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아는 한 전날까지만 해도 나잉은 건강에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하루 만에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나잉은 군부 쿠데타 이후 거리에서 벌어진 반군부 시위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그가 촬영한 반군부 시위 사진이나, 군경의 폭력 장면은 외신에 인용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RSF)는 트위터를 통해 “양곤에서 취재하다 군에 체포된 프리랜서 사진기자 나잉의 사망 소식에 경악한다”면서 “그는 군에 구금된 뒤 사망한 최초의 미얀마 언론인”이라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100명 이상의 언론인들이 군경에 의해 체포됐지만 사망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RSF는 여전히 53명의 언론인들이 수감 상태라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전역의 군 신문센터에서 인권운동가와 반대파 등을 상대로 공공연하게 고문을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인권상황을 감시하는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쿠데타 이후 군경 폭력에 의한 사망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특히 130여명은 군경에 체포된 뒤 고문 등으로 인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