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 관련 로비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됐던 윤갑근 전 고검장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됐다. 윤 전 고검장은 석방된 직후 “참혹하고 참담하다”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지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울고법 형사1-1부(부장판사 이승련 엄상필 심담)는 15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받는 윤 전 고검장에게 징역 3년 및 추징금 2억2000만원을 선고한 1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윤 전 고검장은 지난해 12월 11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 약 1년 만인 이날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석방됐다. 윤 전 고검장은 석방된 직후 심경을 묻는 기자들에게 “대한민국이 과연 법치국가인지, 원칙과 공정과 법치가 살아있는지 많은 회의감이 들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라임 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배제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 대상 사건에는 라임 사건과 관련해 ‘검사장 출신 유력 야권 정치인에 대한 구체적 비위 사실을 직접 보고받고도 여권 인사와는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고 보고가 누락되는 등 사건을 제대로 지휘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포함됐다.
추 전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윤 전 고검장의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윤 전 고검장을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메트로폴리탄그룹 김모 회장으로부터 ‘우리은행장을 만나 라임 펀드를 다시 판매하게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2000만원을 법무법인 계좌로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윤 전 고검장 측은 이 전 부사장으로부터 이 같은 부탁을 받은 적도 없고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또 사실관계를 인정한다 해도 이런 행위는 대법원이 판시하고 있는 변호사의 적법한 직무범위 내에 있다고 주장했었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고검장이 우리은행장을 만난 것은 정상적 법률자문이 아닌 알선이었다고 보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피고인 행위는 변호사가 수행할 수 있는 대리·청탁·알선 등 법률사무에 해당한다”며 “이와 관련해 피고인이 의뢰인에게서 금품을 수수한 것은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는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위임받은 취지에 따라 수행한 적법한 청탁이나 알선행위까지 알선수재죄로 볼 수 없고, 접대·향응·뇌물 제공 등 변호사의 직무 범위와 무관한 행위를 한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알선 내용이 위법·부당한 직무처리를 청탁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윤 전 고검장 측 변호인인 위현석 변호사는 선고 직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며 “친분을 이용해 돈을 받았다면 죄가 될 수 있지만, 변호사로서 당사자들의 권리를 설명하고 설득시키는 일을 했다면 알선수재가 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결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