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정답 취소”…수험생 판정승

입력 2021-12-15 14:28 수정 2021-12-15 16:14
2022학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 성적표 배부일인 지난 10일 강원 춘천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받아든 성적표에 생명과학Ⅱ 성적이 공란 처리돼 있다. 연합뉴스

출제 오류 논란에 휩싸였던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을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향적 조치를 바란다”고 판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이주영)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평가원을 상대로 낸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 정답을 5번으로 결정한 처분을 취소하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평가원을 향해 “사회 영향을 고려해 기존 정답을 유지하는 것을 바람직하지 않다”며 “전향적 조치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주어진 조건이 모순되게 잘못 제시됐다”며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시간이 있고 거듭 계산한다면 조건이 잘못된 것을 무시해야 한다는 판단이 있을 수 있지만 총 20문제를 30분간 풀어야 하는 상황이라 이를 기대할 수 없다”며 “조건이 잘못 제시된 건 올바른 답 선택에 실질적으로 장애가 되기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정답 결정을 취소하라며 지난 2일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논란이 된 생명과학Ⅱ 20번은 집단Ⅰ과 Ⅱ 중 하디·바인베르크 평형이 유지되는 집단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선택지 3개의 진위를 가려낼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수험생들은 지문에 따라 계산하면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가 되는 오류가 있어 풀 수 없는 문제라고 주장해왔다. 반면 평가원은 문항의 조건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학업 성취 수준을 변별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맞선 끝에 결국 소송에 이르게 됐다.

법원은 지난 9일 수험생들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여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교육과정평가원이 발표한 정답(5번)의 효력을 임시로 정지시킨 바 있다. 앞서 재판부는 1심 선고 기일을 17일로 정했으나, 대학 입학전형 일정을 고려해 이날로 일정을 앞당겼다.

생명과학Ⅱ 성적은 판결 당일인 이날 오후 6시 통지된다. 교육부는 전날인 14일 판결과 별개로 혼란을 막기 위해 대입 일정을 추가 변경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교육부는 17일 선고 날짜가 잡히자 당초 16일이던 수시전형 합격자 발표 마감일을 18일로 연기했고, 수시모집 합격자 등록일은 18∼21일로, 수시모집 미등록 충원 기간은 22∼28일로, 수시모집 충원 등록 마감일은 29일로 각각 미뤘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