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9세 이하 영유아를 양육 중인 ‘워킹대디’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수고했어” “고마워”와 같은 격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가족에게 자주 듣는 말에는 격려의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이거 밖에 못해”나 “좀 알아서 해”와 같은 부정적인 표현도 잦은 빈도를 보였다.
인구보건복지협회는 15일 ‘워킹대디가 경험하는 육아와 일’이라는 주제로 제9차 저출산인식조사(2021년 2차) 발표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만 9세 이하 영유아를 양육 중인 직장인 남성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일하면서 자녀를 키우는 남성들의 근로환경과 양육실태, 관련 욕구 파악을 위해 실시되는 조사다. 협회는 2017년부터 매년 2회씩 이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남성 양육자가 최근 2달 동안 자주 들었던 말에는 “수고했어” “고마워” “고생했어” “힘들었지”와 같은 격려의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반면 “이거 밖에 못해”나 “내가 할게” “나만 하잖아” “아무것도 하지마” 같은 부정적인 표현도 적지 않은 빈도를 보였다.
남성 양육자가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에는 “수고했어” “고마워” “고생했어” “아이가 자랑하더라” 같은 긍정적인 표현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친구랑 놀다와” “오늘은 자유시간 가져” 같은 표현도 눈에 띄었다.
‘워킹대디’ “피곤해서 심신 여유 없다”
남성 양육자들은 스스로를 100점 만점 기준 68.7점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2019년 평균 69.1점보다 조금 떨어진 수치다. 이들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느끼는 행복감은 10점 만점에 평균 7.4점으로 나타났다.육아를 하면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피곤해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39.5%)는 답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20.4%).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부족하다’(18.3%),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16.2%), ‘배우자의 간섭이 심하다’(3.6%) 순으로 나타났다.
매주 자녀와 함께 하는 활동 중 가장 비중이 높은 건 ‘동네놀이터·동네산책·소풍가기’(56.0%)였다. ‘동화책 읽어주기·같이 읽기’(53.2%)도 높은 비율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종교활동 같이 하기’(11.4%), ‘주말농장·낚시·캠핑 등 야외활동하기’(9.0%) 등의 순이었다.
절반 이상의 남성 양육자들은 ‘혼자서 아이를 잘 돌보는 편이다’(55.9%)라고 답했다. ‘아이의 발달단계와 건강상태를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남성은 64.6%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이의 관심사·친구 등 일상을 잘 알고 있다’고 답한 경우도 60.5%에 달했다.
육아휴직 20% 그쳐…유경험자 90%는 “추천”
이번 조사 응답자 중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자는 20%에 그쳤다. 여전히 남성들의 육아휴직 사용이 어려운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수치다.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남성근로자는 사용하지 않는 직장 분위기라서’가 4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수입 감소’(40.7%), ‘불이익 우려’(24.6%) 등의 답변이 이어졌다. 일·가정이 양립 가능한 직장 분위기 형성과 함께 육아휴직 시 소득 보전을 위한 복지제도 보강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통계다.
육아휴직 유경험자의 경우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남성 중 93.3%는 “다른 남성근로자에게도 추천하겠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아이와 유대감이 깊어져서’라는 응답이 60.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 다음은 ‘배우자와의 사이가 돈독해져서’(46.6%), ‘아빠로서 성장한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서’(28.7%) 순으로 나타났다.
일·가정양립제도의 사용 경험 여부에 대해서는 ‘해본 적이 없다’는 답변이 46.4%로 가장 높았다. ‘해본 적 있다’고 답변한 남성 중에서는 배우자출산휴가제도(28.2%), 유연근무제도(24.7%), 가족돌봄휴가제도(12.5%), 육아기근로시간단축제도(11.1%) 순으로 사용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더 낳겠다 6% 불과…양육비용 부담된다 51.3%
‘자녀를 더 낳겠다’는 답변은 6.0%에 불과했다. ‘미래에 자녀를 더 가질 생각이 없다’는 답변이 67.1%로 가장 높았고, ‘사정상 갖지 않을 예정’이라는 답변은 22.0%로 나타났다. 미결정은 4.9%였다.자녀를 더 가질 생각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답변이 51.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나 양육자가 없어서’( 31.6%)로 나타났다.
자녀를 더 가지겠다고 답변한 남성들이 밝힌 이유로는 ‘아이에게 형제·자매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가 46.3%로 가장 높았다.
남성 양육자들끼리 교류하는 경우는 10명 중 2~3명 수준(27.1%)에 그쳤다. 교류하지 않는 남성들 중에서는 40.7%가 ‘추후 교류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남성 양육자 중 ‘남성육아지원프로그램’을 ‘전혀 모른다’고 답한 비율은 57.3%로 높게 나타났다.
남성 양육자들이 육아정보를 주로 습득하는 경로는 ‘배우자’(42.6%)였다. 그 뒤로 ‘온라인 커뮤니티’(23.5%), ‘지인’(11.9%), ‘육아 관련 유튜브’(7.5%), ‘공공사이트’(7.0%) 등의 순으로 육아정보를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은 “저출생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여성에게 집중된 가사와 육아를 꼽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녀육아는 부부가 함께하는 권리이자 의무인만큼 남성도 육아의 주체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업환경과 사회 인식변화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