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너무 많은 메시지 던진다” VS “후보가 최고의 경쟁력”

입력 2021-12-15 11:35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경북 포항 죽도시장에서 상인과 시민 등을 대상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가 연일 새로운 의제를 던지며 ‘단독 플레이’를 펼치는 데 대해 ‘갑론을박’이 빚어지고 있다.

당 중진 그룹에서는 이 후보가 너무 많은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본인이 던진 정책을 스스로 덮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락가락한다는 이미지도 부담이다.

반면,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최고의 경쟁력”이라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비해 정책적인 면에서 우위를 지키고 있어 이 후보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15일 “후보가 만기친람하면 오히려 조급해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후보가 이렇게 메시지를 많이 던지면 자기 메시지를 자기가 먹어버리게 된다”면서 “그러면 국민은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포스텍 내 노벨동산에 있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동상을 찾아 헌화 후 고인을 추모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 이 후보는 최근 1주일 사이 굵직한 정책·정치 현안에 대한 의견을 연일 쏟아냈다.

지난 8일 이 후보는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언급한 소상공인 100조원 지원안을 “지금 당장 하자”고 받았고, 9일에는 서울 종로 등 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대한 무공천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어 12일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유예 가능성과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3연임 초과 금지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19 검사로 자택에서 대기했던 14일에는 박찬대 선대위 수석대변인을 통해 대독한 긴급성명을 통해 정부에 ‘즉각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조치’와 ‘소상공인·자영업자 선(先)보상, 선(先)지원’을 주문했다.

선대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굵직한 메시지를 던지면 그것이 언론과 SNS 등을 통해 회자되면서 한 일주일은 영향을 발휘해야 하는데 지금은 이틀도 못가는 상황”면서 “이러니 민주당 혹은 이재명의 메시지가 차곡차곡 쌓일 수 없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어제 코로나 방역 강화 긴급 성명은 정무적으로 보면 부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당과 조율하지 않고 메시지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공개적인 반발도 이어졌다.

5선인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번 민주당의 이재명이 아니라 이재명의 민주당이 되겠다고 해서 질겁을 했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아니고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라고 말했다. 이어 “당과 함께, 당 속에서 의견이 조율되고 거기서 수렴되는 것에 맞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13일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에서 지지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이 후보 측은 이제는 후보가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반박한다.

이 후보 특유의 시원한 결정력과 최근 보여준 정치적·정책적 유연성이 이 후보는 물론 민주당 지지율 반등의 결정적 원인이라는 것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성남시장, 경기지사 시절부터 결국 정치적 정책적 결단은 항상 이 후보 본인의 몫이었다”며 “현재 민주당 내에서 정치적 상황에 맞게 빠르게 결단하고, 결단에 대해 책임일 질 수 있는 사람이 이 후보 외에 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의 활발한 활동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극적인 대비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대선은 결국 국민이라는 정치적 소비자 앞에 후보라는 상품을 내밀고 선택을 기다리는 것”이라며 “지금은 이재명이라는 상품이 윤석열이라는 상품에 비해 얼마나 더 훌륭한지 더 적극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민주당에서는 후보가 바로 경쟁력이고, 국민도 두 후보를 앞에 놓고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결국 이재명이라는 상품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의원은 “이 후보 스타일을 놓고 당내에서 갑론을박하는 것은 결국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 대세를 형성하지 않았기 때문일 뿐”이라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이 후보가 ‘골든크로스’를 이루고, 대세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이런 의미 없는 논쟁도 없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승욱 박재현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