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 세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권위적인 이미지가 씌워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윤 후보는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이끄는 후보 직속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위원회’의 유튜브 생중계 발대식에 깜짝 방문해 20·30세대들의 ‘쓴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 과정에서 쓴소리를 들은 소감을 묻는 말에 “저에 대해 잘 관찰하고 쓴소리를 한다는 건 저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가 곧바로 “도입부가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늘 법정에 가서 법관을 설득하는 걸 직업으로 하니…”라고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검사라고 하면 권위적인 줄 아는데 판사 앞에 가면 ‘고양이 앞에 쥐’가 검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를 잘 설득해 결과를 받아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판사 앞에서 두괄식 이야기를 할 수 있나. 판사한테 정치인이 하듯 메시지를 그냥 날리고 그럴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판사 설득을 26년간 해오다 보니, 정치로 딱 바뀌면 그게 잘 안 고쳐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많이 고쳐지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자리에는 20대 여성 대학생과 30대 남성 서양철학자, 40대 언론사 기자 3명이 패널로 참석해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후보 측은 ‘쓴소리 라이브 – 신장개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가 예고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의원은 “쓴소리를 요약해주겠다. ‘내가 검찰에 있을 때’ 이런 얘기 좀 그만하라. 2030이 듣기 싫다고 한다”고 조언하자 윤 후보는 “아…”며 말문이 막혔다가 “젊은 사람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그는 “뭘 이야기해놓고 ‘내 의도는 이거 아니고, 네가 잘못 들은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분명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라는 게 2030의 요구다. ‘기자들이 잘못 옮겼다’고 하지도 말라고 한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또다시 “그렇게 해야죠. 근데 억울해도?”라고 물어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또한 윤 전 의원은 “2030이 친한 척하지 말라고 한다. 형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원한다고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에 윤 후보는 “진중권 교수가 젊은 사람들은 자기들한테 관심 두고 좋아하는 것도 귀찮아한대. 너희랑 나는 다른데 왜 자꾸 이리 오려 하나, 각자 제 역할을 제대로 해라. 그런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연설과 공약 메시지 등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 후보는 “부족했고,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답했다.
‘꼰대 이미지가 굉장히 크다’는 지적에는 “인정한다. 근데 자기가 ‘꼰대’인 걸 아는 꼰대 봤나? 그건 꼰대 아니잖아요”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후보의 고질병이 마지막에 변명을 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쿨하게 ‘아이 엠 꼰대! 그래요”라고 답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30 세대가 바라보는 윤 후보 이미지가 회식 때 술을 억지로 권하는 부장님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후보는 “과거에 같이 근무한 사람 없나. 왜 이렇게 억울한 일만 있나”라고 웃어 보였다.
윤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쓴소리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생각하겠다. 여러분 지적을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젊은 분들 지적을 열심히 들으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