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사라고 하면 권위적인 줄 아는데…”

입력 2021-12-14 23:1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열린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 위원회'의 토크쇼 '쓴소리 라이브 신장개업'에 참석해 윤희숙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30 세대와 소통하는 과정에서 검사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권위적인 이미지가 씌워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거듭 자세를 낮췄다.

윤 후보는 14일 윤희숙 전 의원이 이끄는 후보 직속 ‘내일이 기대되는 대한민국위원회’의 유튜브 생중계 발대식에 깜짝 방문해 20·30세대들의 ‘쓴소리’를 직접 들었다. 이 과정에서 쓴소리를 들은 소감을 묻는 말에 “저에 대해 잘 관찰하고 쓴소리를 한다는 건 저에게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으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가 곧바로 “도입부가 너무 길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윤 후보는 “늘 법정에 가서 법관을 설득하는 걸 직업으로 하니…”라고 잠시 말끝을 흐리더니 “검사라고 하면 권위적인 줄 아는데 판사 앞에 가면 ‘고양이 앞에 쥐’가 검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를 잘 설득해 결과를 받아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판사 앞에서 두괄식 이야기를 할 수 있나. 판사한테 정치인이 하듯 메시지를 그냥 날리고 그럴 수 있나”라고 했다. 이어 “판사 설득을 26년간 해오다 보니, 정치로 딱 바뀌면 그게 잘 안 고쳐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래도 많이 고쳐지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자리에는 20대 여성 대학생과 30대 남성 서양철학자, 40대 언론사 기자 3명이 패널로 참석해 20분간 대화를 나눴다. 윤 후보 측은 ‘쓴소리 라이브 – 신장개업’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이번 행사가 예고 없이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전 의원은 “쓴소리를 요약해주겠다. ‘내가 검찰에 있을 때’ 이런 얘기 좀 그만하라. 2030이 듣기 싫다고 한다”고 조언하자 윤 후보는 “아…”며 말문이 막혔다가 “젊은 사람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라고 답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윤 전 의원의 ‘쓴소리’는 계속됐다. 그는 “뭘 이야기해놓고 ‘내 의도는 이거 아니고, 네가 잘못 들은 거다’라는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한다. 분명하고 깔끔하게 표현하라는 게 2030의 요구다. ‘기자들이 잘못 옮겼다’고 하지도 말라고 한다”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또다시 “그렇게 해야죠. 근데 억울해도?”라고 물어 또다시 웃음이 터졌다.

또한 윤 전 의원은 “2030이 친한 척하지 말라고 한다. 형님 같은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다운 대통령을 원한다고 한다”고도 조언했다. 이에 윤 후보는 “진중권 교수가 젊은 사람들은 자기들한테 관심 두고 좋아하는 것도 귀찮아한대. 너희랑 나는 다른데 왜 자꾸 이리 오려 하나, 각자 제 역할을 제대로 해라. 그런 뜻인가”라고 되물었다.

연설과 공약 메시지 등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윤 후보는 “부족했고, 잘못했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답했다.

‘꼰대 이미지가 굉장히 크다’는 지적에는 “인정한다. 근데 자기가 ‘꼰대’인 걸 아는 꼰대 봤나? 그건 꼰대 아니잖아요”라며 억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이에 윤 전 의원이 “후보의 고질병이 마지막에 변명을 붙이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윤 후보는 “쿨하게 ‘아이 엠 꼰대! 그래요”라고 답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2030 세대가 바라보는 윤 후보 이미지가 회식 때 술을 억지로 권하는 부장님 스타일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 후보는 “과거에 같이 근무한 사람 없나. 왜 이렇게 억울한 일만 있나”라고 웃어 보였다.

윤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쓴소리를 여러분의 깊은 관심과 애정으로 생각하겠다. 여러분 지적을 고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젊은 분들 지적을 열심히 들으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