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자료삭제’ 공무원 첫 공판…피의자 진술에 청와대 언급

입력 2021-12-14 18:48 수정 2021-12-14 18:53
연합뉴스

월성 1호기 원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의 재판이 진행된 가운데 일부 피의자 진술에 청와대가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박헌행) 는 14일 오후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로 기소된 산업부 공무원 A씨(53)와 B씨(50), C씨(45) 등에 대한 첫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이날 증거조사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 경위, 관련 수사 착수 경위, 피의자 신문조서, 삭제된 파일 내용 등을 공개했다.

일부 피의자 신문조서에서는 월성원전이 청와대와 관련됐다는 취지의 진술도 나왔다.

수사팀 검사는 “한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월성 1호기를 즉시 중단한다는 내용이 청와대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감사원에 제출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8년 4월 2일 대통령 하문 이후 즉시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는 진술조서도 있었다”며 “일부 피의자는 온라인으로 ‘청와대나 장관이 책임져야 하는데 실무진만 감사를 받게 돼 짜증 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고 했다.

검찰은 특히 이들이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텔레그램 방을 개설해 파일 삭제 일정 등에 대해 입을 맞추고,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된 다음날 함께 모여 수사 상황에 대비했다고도 봤다.

이에 대해 피고인측은 검찰의 증거조사 방식이 마치 의견진술과 같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또 피고인이 수십차례에 걸쳐 조사를 받은 뒤 처음과 다르게 진술 내용이 바뀌었다며 검찰의 조사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A씨의 변호인은 “A씨가 검찰에서 30차례 이상 조사를 받은 뒤 진술 내용이 바뀌었다. C씨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처음과 중간, 마지막의 흐름이 달라졌다”며 “검찰에서 원하는 내용이 나오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B씨 변호인은 “증거조사는 진실에 대해 밝히는 것이지, 안에 있는 내용을 읽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제대로 조사를 했는지는 피고인들이 더욱 잘알 것”이라며 “다른 변호인의 동의를 얻어 최대한 인권을 보장하며 조사를 진행했다. 비인권적인 조사와 관련된 항의도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변호인들은 오늘 조사에 검찰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다고 보겠지만 혐의를 소명할 수 있는 부분만 발췌했다”며 “국정과제였던 만큼 면밀하게, 한 나라의 정책결정과정인 만큼 더욱 잘 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8일 추가로 증거조사 과정을 진행한 뒤 이 과정이 끝나는 대로 증인 신문 일정을 잡을 전망이다. 증인 신문은 내년 3월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전희진 기자 heej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