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의무화 이틀째가 됐지만 ‘디지털 취약계층’으로 꼽히는 60대 이상 노인층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방역패스 시설을 이용하려는 접종 완료자는 질병관리청 쿠브(COOV) 앱, 전자출입명부(QR코드), 접종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접종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러한 절차 앞에 디지털 취약계층이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식당 등 접종 확인 의무가 있는 업체도 이런 손님들을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단골 할아버지 휴대전화도 없는데…”
회원 89만명을 보유한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14일에도 이 같은 사연이 올라와 많은 공감을 얻었다.
자신을 동네에서 국수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회원은 “수기명부 작성이 폐지된다는 통보를 받고 마음이 편치 않다”면서 매일 식사하러 가게를 찾는 단골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이 어르신들은 입맛이 없고 이가 좋지 않아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서 “그나마 목에 넘어가는 국수를 드시러 저희 가게에 와서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식사하고 가신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 짚고 가게까지 겨우 와 끼니 채우고 간다. 휴대전화가 없고, 집 전화만 있는데 글도 쓸 줄 몰라 제가 번호를 기억했다 오실 때마다 대신 적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수기명부를 작성할 수 없다면 이분들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기본적인 의식주까지 해결하지 못하게 되는 이런 정책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업주들도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다. 백반집 업주라고 소개한 회원은 “우리는 어르신들이 주 고객층인데, QR코드가 없거나 등록돼 있어도 쓸 줄 모른다는 분이 꽤 많다. 휴대전화를 갖고 다니시지 않는 분들도 여럿”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침 장사를 하는데, 할아버지들 무작정 4~5명 들어와서 앉아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크타임이 존재하는 식당은 방역패스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수기명부마저 안되면 어쩌라는 것이냐”라고 호소했다.
노년층 등 소외계층은 수기명부 可…“스티커가 젤 간편” 의견도
실제로 현재 방역패스 의무적용시설에서 수기명부 사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식당·카페, 피시방 등 의무적용시설 14종은 수기명부를 하더라도 QR코드 또는 안심콜과 병행해 사용해야 한다. 오는 19일까지는 수기명부 불가 방침에 대한 계도기간이지만, 20일부터는 수기명부만 운영할 경우 위반 시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업주들의 우려와 달리 휴대전화가 없는 일부 고령층이나 청소년 등은 수기 명부를 작성할 수 있도록 예외가 적용된다. 사연 속 할아버지 등은 이전처럼 수기로 작성해도 제제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숫자나 글을 쓰는 것조차 어려운 어르신 등의 경우 수기 명부 작성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경우엔 각 지자체 면사무소나 동주민센터를 방문해 신분증에 접종완료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 유효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업주들도 “스티커가 붙은 신분증이 제일 간편한 인증 방법” “우리 부모님도 QR코드를 어려워 하셔서 스티커 받아드렸다” “접종완료 스티커를 모르는 어르신들이 많아 열심히 알려드리고 있다” 등의 의견을 공유했다.
앞서 정부는 13일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한 과태료 등 벌칙을 시행하기로 했지만, 이틀 연속 점심과 저녁 시간에 방역패스 먹통 사태가 빚어졌다. 이 기간은 방역패스를 적용키로 하지 않아 사실상 15일부터 방역패스를 적용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