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패스된 방역패스… 또다시 ‘먹통’ 사장님들 분통

입력 2021-12-14 18:20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이틀째인 14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손님의 QR 코드가 오류를 보이고 있다. 뉴시스

서울 구로구 깔깔거리 인근에서 소규모 치킨·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64)씨는 지난 13일 저녁장사를 하면서 다섯 팀 넘는 손님을 그대로 돌려보냈다. 손님들의 백신 접종 정보가 확인되지 않아서다. 손님들이 “QR코드(전자출입명부)가 뜨지 않는다”며 그냥 들어서려 했지만, 김씨는 한 번만 적발돼도 과태료 150만원을 낼 수 있다는 걱정에 “죄송하다”며 손님들을 받지 않았다.

김씨가 그렇게 손님들을 돌려보낸 뒤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정부의 안내문자가 왔다. 김씨는 14일 “점심부터 종일 방역패스가 먹통일 땐 아무런 공지가 없다가 ‘피크타임’ 때 손해를 본 뒤에야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하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35)씨도 “손님도 많고,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월요일에 방역패스가 온종일 먹통인 탓에 매출이 30%가량 줄었다”고 했다.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첫날인 13일 전자예방접종증명(COOV·쿠브) 시스템에 장애가 생기면서 ‘과태료 부과 방침’에 불만이 있던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더욱 부채질한 모습이다. 정부가 과태료 부과 엄포를 놓고도 정작 준비 부족으로 접속 오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A씨는 “정부가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휴대전화 단말기 한 대도 지원해주지 않고, 모든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지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방역패스를 지키지 않은 손님은 벌금이 10만원이면서 자영업자는 150만~300만원의 벌금을 내고 영업정지까지 당해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청원도 올라와 있다.

혼란이 이어지자 김부겸 국무총리가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생한 먹통 사태와 관련해 “특정 시간에 앱 사용자가 몰려 접속 부하가 생겼고 백신접종이력을 확인할 수 있는 쿠브와 전자출입명부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며 “방역패스 앱 접속 장애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에게 불편을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질병관리청은 “서버 긴급증설과 서비스 최적화 작업을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낮 12시를 전후해 쿠브와 연동된 일부 인증수단에서 또다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방역패스 동참’을 대대적으로 촉구하면서, 정작 준비 소홀로 방역패스 확대 시행이 이틀째 무색해진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시스템 과부하 등의 문제로 시스템 작동이 원활하지 않아 방역패스를 미확인한 사례는 계속 벌칙 적용이 유예될 것”이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QR코드 확인을 위한 단말기 지급 혹은 통신비 지원과 같은 현실적인 지원책을 내놔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호준 경기도 골목상점가연합회장은 “방역패스 확인을 위한 장비가 구비되지 않은 업장이 많은 만큼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관련 지원이 필요하다”며 “일방적으로 지침을 하달하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할 경우 정책 지속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성필 이형민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