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으면 지구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지구 종말의 날 빙하’로 불리는 남극의 초대형 빙하가 수년 내 급격한 붕괴 시나리오를 맞닥뜨릴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추계회의에 참석한 과학자들은 ‘재앙’을 부를 수 있는 스웨이츠 빙하(Thwaites Glacier)의 빙붕이 붕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수세기 뒤의 일로 여겨져 왔던 스웨이츠 빙하의 해빙 시나리오가 더 가까운 미래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남극 대륙 지표면에 쌓인 두꺼운 얼음층인 빙하 또는 빙상은 중력에 의해 바다 쪽으로 흘러내린다. 이때 빙하의 끝부분이 바다에 도달하면 밀도 때문에 가라앉지 않고 해수면 위를 덮는데, 지표면을 넘어 해수면 위로 형성된 이 얼음 지형을 빙붕이라고 한다. 빙붕은 대륙으로부터 지속적인 압력을 받아 바다 쪽으로 전진해 가장자리 부분이 붕괴되곤 하지만 전체 면적은 대체로 유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 탓에 스웨이츠 빙하를 지지하고 있는 동쪽 빙붕이 조만간 완전히 붕괴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동쪽 빙붕에 대한 지난 2년간의 데이터는 따뜻한 바닷물이 얼음 아랫부분을 녹이면서 빙붕이 오래 지탱하지 못할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학자들은 붕괴 시점을 5년 안쪽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오리건주립대의 빙하학자 에린 페티트 교수는 “스웨이츠 빙하 동쪽 지역은 가장 안정된 지역이었지만 위성 이미지는 곳곳에 금이 간 것을 보여준다”며 “금이 간 자동차 유리와 같다. 이 빙붕은 수백개의 빙산으로 부서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빙붕이 붕괴되면 육지에 있던 동쪽 스웨이츠 빙하는 이전보다 3배 빠르게 흘러내리게 된다. 미 플로리다주 면적에 달하는 이 빙하는 현재도 연간 500억t의 얼음을 바다로 유입시키며 해수면 상승의 약 4%를 유발하는데, 빙하가 붕괴해 완전히 녹으면 해수면을 65㎝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스웨이츠빙하협력단(ITGC)의 테드 스캄보스 박사는 “스웨이츠 빙하 자체는 해수면을 60㎝가량 끌어올릴 수 있지만 연쇄 작용으로 주변 빙하까지 녹게 되면 3m까지 해수면이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