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집 들이닥쳐…알몸 시민에 수갑채운 美 경찰

입력 2021-12-14 17:36
앤재닛 영이 지난 10월 22일 시카고서 국경절 시위 행진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시카고트리뷴 홈페이지 캡처.

미국 시카고에서 경찰이 수사 도중 엉뚱한 집에 들어가 죄 없는 여성을 알몸 상태로 수 초간 세워둔 사건이 발생해 피해 여성에게 290만 달러를 배상하게 됐다.

13일(현지시간) 시카고 트리뷴 등의 보도에 따르면 시 당국은 경찰의 잘못된 수사로 피해를 입은 앤재닛 영(51)에게 합의금 명목으로 290만 달러(한화 약 34억원)를 지급할 전망이다.

논란이 된 사건은 2019년 2월 시카고의 한 아파트에서 벌어졌다. 당시 경찰은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남성이 불법 총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는데, 집을 착각해 영의 집에 들이닥쳤다.

경찰이 들어갔을 때 영은 알몸 상태로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던 중이었다. 경찰은 그런 영에게 수갑을 채우고 세워둔 채 집안에 총기와 마약이 있는지 수색을 벌였다. 경찰은 영에게 담요를 둘러주긴 했으나 최소 16초간 13명의 경찰관 앞에 나체로 서 있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옷은 시간이 더 흐른 뒤에 입었다. 이 과정에서 영은 수차례 “집을 잘못 찾아온 것 같다”고 외쳤지만 경찰이 수색 영장 주소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은 한참 뒤였다.

이후 영은 이 사건에 대해 시카고 시에 항의했지만 로리 라이트풋 시장은 “사건에 대해 보고 받은 바 없다”며 상황을 회피했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그가 사건 내용을 알 뿐 아니라 경찰관이 영의 집을 급습할 때 차고 있었던 보디 카메라에 찍힌 영상이 방송되는 것을 막으려 한 사실까지 밝혀져 거센 비판을 받았다.

이후 시카고 경찰의 부당행위 조사를 담당하는 독립수사기관(Civilian Office of Police Accountability)이 해당 사건에 관여한 8명의 경찰관에게 해고·정직 처분을 내릴 것을 권고했다. 데이비드 브라운 경찰청장은 영의 집 급습을 통솔한 경사를 해고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한 이 사건을 계기로 시카고 경찰은 압수수색을 진행할 때 경위 이상의 간부와 여성 경찰관 1명을 대동하기로 했다. 출동한 경찰관 모두가 현장을 촬영할 수 있는 보디 카메라를 착용하도록 하는 지침도 마련됐다.

라이트풋 시장은 이날 영에게 290만 달러를 지급한다는 합의안이 시의회 재정위원회를 만장일치로 통과했으며, 이번 주 내로 전체 의회로 넘겨져 표결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제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