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노동역사관건립위원회(이하 노동역사관건립위)가 울산 울주군 삼동마을에 ‘부울경 노동역사관’을 설립하려는 계획이 주민 반발에 부딪혀 난항이 예상된다.
14일 삼동마을 주민과 노동역사관건립위에 따르면 노동역사관 반대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노동역사관 설립예정지인 영남전인학교 입구에서 반대 집회를 갖고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민 70여명이 동참했다.
민주노총 등 부산과 울산, 경남지역 노동단체로 구성된 노동역사관건립위는 삼동면 금곡리 49번지 일대 옛 영남전인학교 터와 건물을 활용해 특별·상설전시관, 편의시설, 수련관, 교육수련관 등 4개동을 조성한다. 준공일은 2022년 5월 1일 예정이다.
이곳은 솥발산공원묘지와 약 12㎞ 떨어져 있다. 솥발산은 부울경 노동운동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1991년 전교조 합법화 투쟁을 벌이다 위암으로 숨진 고(故) 신용길 선생이 묻힌 후 54명의 노동열사 묘가 자리해있다.
애초 위원회는 솥발산 공원묘원 입구에 있는 양산시 하북면 삼덕마을에 터를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을 반발로 삼동마을로 위치를 옮겼다.
건립위는 최근 건립 취지와 계획을 주민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삼동마을 주민과 간담회를 가졌지만 주민들은 마을회관 입구에 현수막을 내걸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마을주민들은 지난 10월 세대주 67명 상대로 주민주표를 실시해 61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주민들은 지역 정서적으로 노동역사관 건립이 맞지 않고 마을에 부정적 인식을 끼친다며 반대했다.
울주군은 무제치늪과 연계한 관광벨트 조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주민 반발을 예상치 못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선종렬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역사관이 건립되면 소음과 주차난 등이 우려된다”며 “마을 입구이자 마을 한가운데에 노동역사관을 짓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 “마을 중심이 아닌 외곽에 설립하는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명순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 사무국장은 “의견이 각기 다른 주민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고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공사를 진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렵게 터를 잡은 만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노동열사의 삶과 그 의미를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