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달 초 “대만의 유사(전쟁이나 사변 등 비상사태가 벌어지는 것)는 미·일 동맹의 유사”라고 한 아베 전 총리의 발언을 문제 삼아 주중 일본대사를 초치했는데, 아베 전 총리는 2주 만에 또다시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14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전날 밤 일본의 한 방송에 출연해 일본 열도의 가장 남서쪽인 요나구니지마와 대만이 110㎞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 경우 일본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틀림 없다”고 말했다. 일본 자위대는 2016년 발효된 안전보장관련법에 따라 중요영향사태 때 대만 방어를 위해 반격하는 미군 후방을 지원할 수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이어 “미군 함정이 공격을 받으면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위기사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단자위권은 일본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반격할 수 있는 권리다.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뒤 작성된 헌법 제9조는 ‘일본 국민은 국권의 발동에 의한 전쟁, 무력행사를 국제 분쟁의 해결 수단으로서 영구히 포기한다’ 규정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인 2016년 3월 집단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의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안보법이 발효됐다. 이에 따라 그전까지 헌법 9조 해석상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됐던 집단자위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지난해 9월 총리에서 퇴임하고 지금은 중의원 의원 신분인 아베 전 총리는 지난달 집권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세이와 정책연구회 회장에 취임했다. 이른바 ‘아베파’ 수장이 된 그는 대중 강경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1일 대만 국책연구원 행사에서 화상 연설을 통해 “대만에 대한 군사적 모험은 경제적 자살로 가는 길”이라며 “시진핑 국가주석은 잘못된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는 즉각 다루미 히데오 주중 일본대사를 불러들여 “불장난을 하다가 불에 타 죽는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전직 총리의 발언을 이유로 현직 대사를 초치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중국 외교부는 다루미 대사에게 “일본이 대만과 관련해 추가 행동에 나서면 중국은 중·일 관계를 재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