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와대, ‘다른 나라들 중국 의존도 얼마나 되나’ 용역 조사

입력 2021-12-14 11:27 수정 2021-12-14 13:18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9년 12월 2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정상회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주요국의 대중국 의존도 현황과 관련한 연구용역 조사를 올해 비공개로 발주한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다른 나라들의 사례를 참고해 외교·경제 분야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재검토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미·중 갈등이 심해지면서 한국 정부는 양국 사이에서 관계 설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임기를 5개월 남겨둔 문재인정부가 갑자기 미·중 균형 외교 기조를 바꿀 가능성은 작다. 임기 내 종전선언을 위해 미·중 모두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새로운 대중정책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청와대가 향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과의 관계에 좀 더 방점을 찍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은 최근 780만원을 들여 ‘주요국의 대중 의존도 및 대중정책 상관관계’라는 제목의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1차장 산하 안보·국방전략비서관실이 주도한 보고서에는 각국이 외교·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어느 정도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지 분석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국 정부가 대중정책을 어떤 방향으로 수립했고, 이런 과정이 우리 정부에 무엇을 시사하는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2차전지 산업의 핵심 원재료인 수산화리튬, 수산화코발트, 황산코발트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80%에 달한다.

보고서에는 각국이 이런 핵심 원료의 수입 경로를 어떻게 다변화했는지에 대한 분석도 담겼다고 한다.

지난달 11일 인천항 인근 주유소에서 한 운전자가 구매한 요소수를 차량에 싣고 있다. 인천=이한결 기자

청와대는 “국가 안보와 이익을 해치고 정책 결정 업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까지 총 48건의 연구용역을 국책기관 또는 민간기관에 의뢰했다.

청와대가 ‘시진핑 시기 중국 외교의 진화 및 한반도 정책’ 등 중국 자체에 대한 연구를 의뢰한 적은 있지만, 다른 나라의 대중 의존도 관련 연구를 발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요소수 등 산업 분야를 담당하는 정책실이 아닌 외교를 전담하는 안보실이 연구를 주도한 것은 무역과 경제뿐 아니라 외교적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대중정책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 갈등은 계속 진행될 전망인데, 우리 정부가 이에 대한 대비 차원에서 연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외교정책 자체를 선회하기는 어렵겠지만 컨틴전시 플랜(위기 대처 비상계획)을 수립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