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뇌 영양제의 배신…되레 뇌졸중 위험 ↑

입력 2021-12-14 10:31 수정 2021-12-14 10:54

‘치매 예방약’ 혹은 ‘뇌 영양제’로 불리며 처방이 많이 이뤄지는 콜린알포세레이트가 뇌경색과 뇌출혈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무분별한 사용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이경실 교수팀(최슬기 연구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0세 이상 1200만8977명을 10년간 추적·관찰했다.

성별과 나이 등 기본적인 인구 통계학적 변수들을 비롯해 콜린알포세레이트 복용 여부 및 복용 기간, 뇌질환 발생 여부 등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연구 결과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경우 뇌질환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콜린알포세레이트를 복용한 사람은 복용하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발생 위험이 각각 43%, 34%, 37% 높았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국내에서 치매 관련 또는 뇌대사 관련 질환 관리 목적으로 승인받은 약이다. 이 때문에 ‘치매 예방약’으로 불리며 일부 사람들에겐 뇌 건강을 위한 영양제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이 약의 뇌대사 개선 효과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건강보험급여 기준을 합리적으로 재설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콜린알포세레이트의 무분별한 사용에 경각심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은 표본에서 제외했으며 나이, 성별, 기저질환 등 기타 뇌졸중 유발 요인을 동일하게 조정한 만큼 결과의 신뢰성이 높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경실 교수는 14일 “콜린은 적색육, 생선, 계란 등에 풍부한 물질이다. 기억력 등 뇌 기능에 관여하지만 과도하게 섭취하면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민 교수는 “진료실에서 치매 위험이 없음에도 콜린알포세레이트 처방을 상담하는 환자들이 많다”며 “꼭 필요한 사람에 한해서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협회저널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 최신호에 발표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