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인구보다 더 죽었다… 미국 우울한 백신 1주년

입력 2021-12-14 08:45 수정 2021-12-14 09:14

지난해 1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최초로 코로나19 첫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미 당국은 군대까지 동원해 화이자사의 첫 백신 투여분 290만 도즈를 전국으로 실어 나르는 비상작전을 펼쳤다.

코로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운영책임자인 구스타프 퍼나 육군 대장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의 분수령이었던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언급하며 코로나19와의 전쟁 승리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째인 이날 미국에서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5000만 명을 돌파했다. 누적 사망자는 80만 명까지 늘어났다.

AP통신은 “백신은 지난 1년간 많은 생명을 구했지만, 너무 많은 미국인이 백신을 맞지 않고 죽어가고 있다”며 “불필요하게 많은 사람을 잃었다”고 보도했다

미 존스홉킨스대학 과학기술정보센터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5007만8410명, 사망자는 79만8416명으로 집계됐다. 알래스카 인구(73만 명·2019년 기준)를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누적 확진자가 1600만 명을 막 넘어섰고, 사망자도 30만 명 수준이었다. 백신이 보급된 이후 3400만 명이 추가 감염됐고, 사망자는 2.6배인 50만 명이 늘어난 셈이다.

미국은 지난 4월 19일 모든 성인이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도록 백신을 풀었다. 하지만 AP통신에 따르면 그날 이후에만 22만85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18%, 사망자의 15%를 차지하며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나라로 기록되고 있다.

백신 개시 1주년의 우울한 기록은 또 있다. NYT는 이날 미국에서 65세 이상 노인 사망자 100명 중 1명이 코로나19에 의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망자 79만여 명 중 65세 이상 사망자는 60만 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75%를 차지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의 87%가 백신 접종을 마쳤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백신 효력이 떨어지고, 델타 변이가 확산하면서 다시 사망률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사망자 증가 속도도 빠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서 60만 명으로 늘어날 때까지 114일, 60만 명에서 70만 명으로 늘어날 때까지 107일 걸렸다. 하루 평균 사망자 발생 수준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80만 명 도달까지는 이보다 짧은 70여 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최근 날씨가 추운 미 중서부와 북동부에서는 입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린 병원도 늘어나고 있다. 메인, 위스콘신 등 일부 주는 연방 의료종사자 파견 지원까지 요청했다. 최근 입원환자 대부분은 백신 미접종자라고 NYT는 보도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뉴욕·캘리포니아주 등은 실내 마스크 의무화를 다시 시작했다. 최악의 확산세를 보였던 지난해 우울한 겨울이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죽음이 계속되고 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백신을 맞지 않았고, 대부분은 누군가가 그들에게 분명히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았기 때문”이라며 “잘못된 정보의 확산이 백신의 놀라운 성과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자들과 보건 당국자들이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집계에 의하면 이날 기준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은 전체의 61%에 불과하다. 지난 9월 13일 54%에서 석 달 동안 7% 늘었을 정도로 느리다. 최근 백신 접종 장소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부스터샷 대상자나 새로 백신 접종 대상이 된 어린이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접종을 완료한 비율이 16%다.

카이저가족재단(KFF)은 지난달 미국 성인 10명 중 8명은 최소 1개 이상의 코로나19 가짜뉴스를 사실로 믿고 있거나, 가짜라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가짜뉴스는 특히 백신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