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국내 입국하지 못하는 외국인 성폭행 피해자의 영상 증언을 활용해 법원이 유죄를 선고한 첫 사례가 나왔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은 2019년 처음 만난 외국인 여성이 잠을 자는 틈을 타 성범죄를 저지르려다 깨어나자 강제로 범행을 저지른 혐의(강간)로 재판에 넘겨진 A씨(36)에게 최근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 1월 여행 오픈채팅방에서 처음 만난 피해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는 이미 호주로 출국한 상태로 코로나19 상황 탓에 한국에 돌아와 증언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재판은 1년 넘게 지연했다. A씨는 그 사이 범행을 극구 부인했다. 그는 참고인들은 직접 목격자가 아니라 피해자 증언이 없으면 실체 규명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검찰 기소가 이뤄진 지 1년 3개월 만인 지난 8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증인이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 화상 중계장치 등을 통해 증인신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검찰은 이후 재판부와 영상 증언을 활용하기로 합의하고 피해자에게 이 같은 소식을 알렸다. 지난 9월 15일 영상 재판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자 첫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 3개월 후 법원은 영상 증언을 근거로 A씨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구축한 영상재판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활용해 증인신문한 전국 최초 사례”라며 “영상재판 확대의 필요성과 실효성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